지난 2009년 32세의 나이로 돌연사한 할리우드 배우 브리트니 머피가 사실은 독살을 당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머피가 이렇게 갑자기 사망하자 사람들은 우선 지나친 다이어트나 약물 중독에 의한 부작용은 아닐까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머피는 두통약, 진통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심한 감기 증세까지 겹쳐 죽기 전까지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코카인 중독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머피가 죽기 직전까지 코카인과 헤로인 등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했으며, 이로 인해 심장마비를 일으켜 급사했다는 것이다. 또한 거식증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의심했던 사람들은 머피가 평소 지나치게 몸무게에 집착했으며, 혹독한 다이어트로 인해 결국 목숨을 잃게 된 것이라고 수군댔다.
이런 소문들은 부검 결과가 발표되자 단순한 의혹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듯 보였다. 당시 LA 검시관이 발표했던 사망 원인은 폐렴, 빈혈, 그리고 약물 중독으로 인한 돌연사였다. 하지만 더욱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머피가 사망한 지 5개월 후 시나리오 작가였던 남편 사이먼 몬잭 역시 머피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다가 급사하고 만 것이다. 놀랍게도 사인은 이번에도 역시 폐렴과 빈혈이었다.
머피의 사망 5개월 후 남편인 사이먼 몬잭(오른쪽)도 폐렴·빈혈 등 그녀와 같은 사인으로 돌연사했다.
사위까지 이렇게 돌연사하자 버톨로티 역시 딸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의심은 막연한 것은 아니었다. 딸의 친구이자 한때 미 국토안보국 소속 캘리포니아 국경경비대였던 줄리아 데이비스와 딸의 관계 때문이었다. 국토안보국의 내부고발자였던 데이비스가 “머피는 나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줄곧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던 것.
내부고발자들의 모임인 한 웹사이트에서 데이비스는 “나는 캘리포니아 국경경비원으로 일할 당시 국경경비의 허술함 에 대해 고발했던 적이 있었다. 테러리스트들 수십 명이 미 세관원들을 매수해서 비밀리에 미국으로 잠입한 사실을 발견하고 보고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부터 나는 물론이요, 내 가족들과 친구들도 감시를 당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하늘에서는 비행기와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동원됐고, 땅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한 미행과 GPS를 이용한 위치 추적이 감행됐다. 그들은 인터넷 사용 내역을 감시하거나 전화를 도청하거나 혹은 영장 없이 불시에 집을 들이닥쳐 수색하거나 물건을 압수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수없이 부당한 방식으로 끔찍한 보복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내부고발자와 머피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더 테러 위드인>에서 버톨로티는 “사망 전 딸은 데이비스가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렇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으며, 실제 다큐 동영상에서는 데이비스의 캘리포니아 저택 상공 위로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딸과 사위가 정부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의심했던 버톨로티는 LA 검시소를 상대로 거듭 독극물 검사를 추가 실시할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이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지난해 LA 검시소와 LA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발 샘플에 대한 독극물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고, 그릇된 사인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송 역시 기각되자 결국 버톨로티는 독립적으로 ‘칼슨 컴퍼니 연구소’에 모발 샘플 조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검사 결과 머피의 모발에서 무려 열 종류의 중금속이 검출된 것이다. 중금속 수치 역시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위험 수준보다 두 배에서 아홉 배나 더 높았다.
놀랍게도 해당 중금속들은 쥐약, 농약 등 살충제에 사용되는 성분들이었다. 쥐약을 먹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들로는 두통, 무기력증, 메스꺼움, 복통, 숨가쁨, 구토, 현기증, 위경련, 식욕 부진, 근육통, 불안감, 탈모 등이 있으며, 머피 부부가 호소했던 증상들과 일치한다는 것이 버톨로티의 주장이다.
왼쪽부터 머피 부부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한 머피의 부친, 머피의 친구이자 국토안보국의 내부고발자인 줄리아 데이비스, 내부고발자와 머피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포스터.
하지만 암살이라는 주장에 대해 LA 검시소 측은 “우리의 부검 결과에는 하등 이상이 없었다.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은 물론이요, 검사 결과를 번복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플로리다대학의 독극물학자인 브루스 골드버거는 “모발 검사 하나만으로 머피가 독살 당했다고 추측하기는 어렵다. 보다 중요한 것은 머피가 사망할 당시 중금속 중독 시 나타나는 특정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손톱에 생기는 흰색 가로줄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금속 오염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이 흰색 가로선은 ‘미스 선(Mee’s lines)’ 혹은 ‘선상 조갑백반’이라고 불리며, 만일 사망 당시 손톱에 이런 가로줄이 없었다면 중금속이 사망 원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음모론이란 쉽게 사라지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몬잭의 모친은 최근 <데일리메일>을 통해 아들 내외의 죽음에 몇 가지 의심스러웠던 점이 있다고 뒤늦게 주장하고 나섰다. “한번은 아들이 단지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류됐다는 이유로 9일 동안 억류를 당한 채 구타와 감시를 당했으며, 머피가 간신히 손을 쓴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들 내외는 그때부터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LA에서 거행됐던 머피의 장례식 날에도 수상한 점은 있었다. 당시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머피의 부모는 방탄차를 타고 장례식장까지 이동했으며, 장례식장에는 무장한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