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재단이 기부금을 장학금 지급이 아닌 재산 불리는 용도로 쌓아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동두천시 광암동 두레마을 숲속창의력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청계재단 2011년 결산서 수입·지출현황에 따르면 재산증자 기부로 101억 원가량이 적립되어 있는 사실을 확연히 볼 수 있다. 권영미 씨가 2010년에 기부한 주식을 처분해 2011년경 재산증자 기부로 편성한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재단의 기부수입은 ‘목적사업 기부’와 ‘재산증자 기부’로 나뉘어 있다. 재단의 재산을 불리는 재산증자와는 달리 목적사업은 ‘장학금’ 용도나 기타 재단의 목적 사업을 위해 기부금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권영미 씨가 주식을 기부하면서 서명한 기부문서에는 ‘설립 취지를 생각하고 재단 발전을 위함이며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된 것에 있다. 재산증자가 목적이 아닌 목적사업이 우선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목적에 맞지 않게 재단 재산을 불릴 용도로 기부금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주)다스 서울사무소 입구. 일요신문DB
청계재단은 (주)다스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에서도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현금 6억 원을 기부받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한국타이어는 이 전 대통령 대표적인 ‘사돈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은 2001년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인 이수연 씨와 결혼한 바 있다.
사돈기업이 장학재단에 기부를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6억 원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6억 원을 기부받으면서 기부증서도 쓰지 않은 채 마치 개인 간 현금 거래처럼 계좌이체된 통장사본만 보관해 온 것이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청계재단의 이러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 요구를 한 바 있다.
결국 2010년부터 2011년 기부금 내역을 돌아볼 때 이 전 대통령과 연관된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은 점, 기부금 처리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과 2013년 현재 단체나 기업에서 청계재단에 기부를 한 내역은 전무해 사실상 “청계재단이 기부금 모금활동에 손을 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돈기업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굳이 기부금 모금활동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 씨가 (주)다스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에 소환되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청계재단 측은 곳곳에서 들리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박홍근 의원실 역시 “청계재단으로부터 별다른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다스 주식 기부와 관련해서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부받은 주식이 비상장 주식인 데다 배당금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사려는 사람이 없어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청계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이 전 대통령이 상속세 등 각종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위장 기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기부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관련 재산을 전액 매각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실질적인 장학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박홍근 의원은 “청계재단이 본연의 역할은 소홀히 하면서 재산 보전에만 힘쓰고 있다”고 지적하며 “MB의 재산 피난처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커지는 만큼 시교육청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