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국회의장에는 서청원 의원(왼쪽), 당권주자에는 김무성 의원(가운데), 원내대표에는 유승민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일요신문 DB
정치권 소식, 특히 친박근혜계 정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요즘 황우여 대표가 뭐 하는지 아는가. 완전 허수아비가 됐다. 각종 행사나 회의석상에서 그의 말은 기사화가 안 된다. 최경환 원내대표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당 사무총장이 더 먹힌다. 왜 그런가. 황 대표에게 주어진 역할이 없는 것이다. 식물 대표나 마찬가지다. 지도력이나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다. 황 대표의 할 일이 끝났기 때문이다.”
언론이 황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세트로 묶어 리더십 비판을 해대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일종의 언론플레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팩트(사실)도 있지만, 지금은 지도력이 작동하지 않는 안개 정국이란 지적이었다.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일부 사제들이 말한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 발언 논란을 두고 여의도 정치에 박 대통령의 ‘수렴청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들이 있다. 종교계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에 정치권, 특히 여권이 재갈을 물리려 하는 모습에서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는 행동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본인과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 “대부분 사안에 침묵하던 박 대통령이 정권의 정통성에 시비를 거는 대목에서는 즉각적이고 즉흥적으로 대응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그 이후부터 막아뒀던 둑이 무너진 것처럼 사제단을 향한 새누리당의 융단폭격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당시 언급을 두고 정치권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박창신 원로신부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을 정당화한 세력을 두고 한 말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최·윤·홍’으로 회자하는 친박 핵심들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종교를 가장한 이들이 종북세력과 마찬가지로 국론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종북세력과 똑같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갈등조장, 국론 분열에 앞장서고 있어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 사제단의 정의냐(최경환).”
“편향된 사견을 종교행사의 형식을 빌려 강제하고 또 전파시키려고 하는 것은 합리화될 수 없다. 이미 오래전 정치단체가 된 사제단이 신앙과 종교 뒤에 숨어 반정부, 반체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윤상현).”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며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일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종교인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선된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국민화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국민의 역풍을 맞을 것(홍문종)”
종교계를 향한 발언이라기엔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를 두고 “친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소재를 알고 있다. 1차적인 것이 가족과 관련한 일이고, 2차적인 것이 정권의 정통성과 관련된 것”이라며 “18대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가 공론화됐을 때 당시 박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한마디씩 거들었던 것이 그를 여의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하지만 2011년 박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 씨가 저축은행 로비 연루설이 나왔을 땐 달랐다”면서 “당시 박 의원은 언론에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다. 그것으로 결론 난 게 아니냐’고 했다. 동생 두둔식 발언은 신속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박 대통령을 선덕여왕에 비유하면서 “청와대는 대검 중수부 폐지 가이드라인을 주는데 여의도의 선덕여왕은 ‘동생이 말했으면 그것이 끝’이라면 그만인가, 수사지침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 3자회담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인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김 대표가 “그거야 모르지요. 계량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극으로 치닫는 파행 정국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전조였다.
박 대통령의 제2기 수렴청정 체제가 그 뒤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청와대 입장에서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않는 야권을 향해 강성의 대야 공격수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차기 ‘국회의장-당권주자-원내대표’의 삼각편대를 완성해 작업에 들어갔다는 풍문이 회자하고 있다. 친박 핵심이 이를 조율하고 있는데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이런 풍문을 두고 대부분 “들었다”고 인정했다. 차기 국회의장에는 서청원 의원, 당권주자는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에는 유승민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를 두고는 유 의원 외에도 몇몇 다른 후보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우여 대표가 국회의장에 의욕을 보인다고 하지만 그를 차기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만들고 있다는 말도 있다. ‘서청원 역할론’이 뜨는 것은 이번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를 두고서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밀어붙인 것을 두고 일각에선 “집권 후반기 국회의장은 현 강 의장보다 훨씬 강력한 인물이 필요하다. 특히 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는 힘의 누수가 있는데 이를 막아야 하는 절대과제가 있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의원의 차기 대표론에 대해선 “대세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 대표를 견제하는 원내대표가 필요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18대 국회 때 홍준표 당시 당 대표를 향해 사사건건 견제구를 날렸던 유 의원이 낙점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한구-최경환-유승민’으로 연임되는 ‘TK 원내대표’를 당 내부에서 용인할지는 의문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