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공천쇄신 빗장 풀리는 까닭

‘서청원 학습효과’가 주성영 불러냈다

[일요신문] 지난 10월 1일. 새누리당 김성태 박민식 조해진 이장우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국회 정론관에 섰다.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공천 가능성이 점차 확산하던 때였다. 이들은 “공천에 흐르는 일각의 분위기나 사정을 지켜보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성범죄, 뇌물수수, 불법정치자금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것이 국민 앞에 약속한 새누리당의 엄정한 원칙이었다”고 했다. 정치자금 수수로 두 번이나 구속된 서 전 대표가 공천을 받으면 그간의 공천 쇄신은 도루묵이란 논리였다.

주성영 전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 DB

4일 주성영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구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대구지역 국회의원에게는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장에 도전할 테니 선후배들이 잘 봐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정치권은 주 전 의원의 전격 등장을 ‘서청원 학습효과’로 보고 있다. 주 전 의원은 그간 공·사석에서 “대구시장에는 전혀 뜻이 없다”는 말을 해왔다. 하지만 4대 범죄자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란 ‘공천 빗장’을 서 의원이 열면서 엎드려 있던 이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 전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 정국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그였고, 대 여권 공격수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맞춤형 대항마로 손색없는 역할을 했다. 최근 주 전 의원의 대구 출판기념회에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 의원이 모습을 보인 것도 주 전 의원과 당시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주 전 의원은 ‘성매매 의혹’이란 덫에 걸렸다. 한 여성단체가 주 전 의원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진정서를 검찰에 접수했고, 대구지검은 주 전 의원을 피진정인 자격으로 소환까지 했다. 주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에서 “2009년에 극히 개인적 일로 오해를 받았지만 그 오해가 말끔히 풀렸고 검찰에서도 혐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런데 자기들(검찰)이 목표로 하는 것은 저의 불출마 선언이며 회기 중에 있는 국회의원에게 소환일자를 못 박아 소환장을 보낸 것은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모두가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선봉에 섰던 자신을 향한 검찰의 의도적 수사라는 것이었다.

서 의원은 10·26 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해 7선이 됐다. 맡은 국회·당직은 없지만 ‘어른의 한마디’로 현안에 입장을 표한다. 보궐선거 입성이 그에겐 정치적 사면이 된 것이다. 차기 국회의장, 차기 당대표로까지 회자한다. 주 전 의원의 성매매 의혹은 올해 초 무혐의로 내사종결됐지만, 그의 대구시장 출마를 바라보는 지역 정치권은 씁쓸한 표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서 의원의 재기를 바라본 다른 원외 정치인들이 대거 선출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청원을 얻은 뒤 새누리당이 잃게 될 것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