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정의구현사제단이 국정원 사태 관련 시국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뱅크이미지
실제로 야권은 ‘시국미사’ 건에 대한 여권의 강경대응에 초강수로 맞불을 놓고 있다. 야권 측 한 관계자는 “‘정의구현사제단’은 ‘시대의 등불’로서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분들이다. 사제단 전체가 아니라 사제단 소속의 일부 신부가 한 말을 두고 종북으로 모는 것은 굉장히 ‘더티’한 정치플레이다. 여권의 몰상식한 태도에 야권 내부도 적잖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권 측이 성직자들에게 ‘종북’ 프레임을 건 만큼 우리도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지적하는 걸 넘어서서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맞서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유명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최근 박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미사에서 한 신부의 강연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황청 소속의 한 언론 매체는 최근 “한국 정부가 민주화운동 신부를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었다”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 가톨릭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톨릭 전문 언론매체’ <아시아뉴스>는 “한국정부, 민주화운동 박창신 신부를 국가의 적으로 낙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은 숨 쉬기조차 힘든 분위기이며 우리는 포위된 기분이다”라는 서울의 한 가톨릭 신자의 발언을 담았다. <아시아뉴스> 측이 한국 여권 세력을 비판하는 논조의 보도를 함으로써 현 정권의 대응은 더욱 우스운 꼴이 되고 있다.
야권의 비판에 이어 종교계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11월 28일 불교계 시국선언에서 퇴휴스님(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은 “박 신부가 종북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박 신부가 강론을 하게 된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여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청와대와 여권 측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은 또 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들조차도 현 정권의 강경대응에 대해서는 상식 밖의 태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 내 유력 교구의 한 평신도 회장은 28일 인터뷰에서 “보수단체들이 박 신부를 법정으로까지 데리고 가는 건 신도들 대다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내부 관계자 역시 “신도들도 정치 성향이 다양하다. 그러나 신도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신부에 대해서 ‘종북’이라느니 도에 넘는 비방을 하는 것을 굉장히 불쾌해 한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