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홍콩 중국의 여름 흥행 대목인 지난 6월 21일 개봉한 영화 <불이신탐(不二神探. Badges of Fury)>이 11월 28일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홍콩을 대표하는 액션 스타 이연걸이 출연하는 영화이지만 이연걸 주연은 아니다. 영화 홍보는 이연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도 사실 그의 비중은 조연 정도다. 지난날 홍콩을 대표하는 스타이던 그가 자신의 출세작 <황비홍>과 같은 이름인 노땅 형사 ‘황비홍’으로 출연하는데 이번 영화 <불이신탐>에서의 이연걸을 보고 있으면 몰락한 스타의 현재를 보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액션제왕 이연걸의 새로운 신화가 시작된다!’는 홍보 카피가 잔인하게 여겨질 정도다.
영화 <불이신탐>의 주인공은 꼴통형사 ‘왕부얼’ 역할의 문장으로 아직 국내에선 그리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이연걸은 이리저리 날뛰는 신참 왕부얼에게 고위층에서 파트너로 정한 경험 많은 노땅 형사 ‘황비홍’ 역할로 출연한다.
젊은 남성들이 미소를 지은 채 죽는 이른 바 ‘미소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투입된 두 형사 왕부얼과 황비홍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미소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네 명의 남성은 모두 리우진쉐이라는 여성에게 청혼을 했으며 리우진쉐이의 언니가 수혜자인 사망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 왕부얼이 리우진쉐이에게 접근하고 그 역시 청혼하기에 이른다. 죽음의 표적이 돼 연쇄 살인점을 잡으려 하는 것. 이 와중에 리우진쉐이의 죽은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과거 희대의 명품 전문 절도범이었음이 밝혀지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홍콩 경찰물 영화로 킬링타임용 무비다. 중화권에서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영화 웹하드 사이트 등에서 불법 유통된 터라 이미 본 영화팬들도 많다. 이번 개봉 역시 극장 수입을 기대하기보단 영화 웹하드 사이트에서 제휴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극장개봉작에 이연걸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경우 부가판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장에서 관람하도록 권할 영화는 아니며 개봉관 수도 제한적이라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불이신탐>의 네티즌 평점이 채 5점도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장 관람은커녕 영화 웹하드 사이트에서의 유료 결제 다운로드도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나 싶다. 적어도 영화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이 영화가 ‘액션제왕 이연걸의 새로운 신화가 시작된다!’는 카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배우들의 캐릭터는 빛나고 매력적이다. 중화권 스타 류시시와 대만 스타 진연희가 주연 문장이나 이연걸보다 더 돋보인다.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홍콩 형사물 마니아라면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추천
2. 류시시와 진연희의 팬이라면 추천. 여배우들은 나름 빛난다.
말까?
1. 이연걸 팬이라면 오히려 보지 말 것. 실망할 수 있다.
2. 탄탄한 수사물을 원한다면 비추. 설정만 그럴 듯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