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할리우드 영화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과거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한국 개봉 명칭은 <퍼펙트>지만 미국 제목은 <Dead Man Down>, 제목부터 암울한 홍콩 느와르의 향기가 풍긴다. 러닝타임은 107분이다.
영화의 큰 틀은 요즘 할리우드 트렌드에 가깝다. 뉴욕 최고의 범죄 조직으로 인해 아내와 딸을 잃은 빅터(콜린 파렐 분). 기록으로는 그 역시 범죄 조직에 의해 아내, 딸과 함께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이렇게 기록상으론 이미 죽은 남성인 빅터가 가족의 복수를 한다는 게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영화 <테이큰>이 흥행하면서 이런 부류의 영화가 부쩍 많아졌다. 그렇지만 <퍼펙트>는 <테이큰> 등 요즘 할리우드 영화와는 확연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빠르지 않다. <테이큰>은 외국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당한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사투가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반면 <퍼펙트>는 이야기 전개의 속도감보다는 여백의 미를 중시하며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과 전체적인 영화의 톤과 분위기 등은 과거 홍콩 느와르 영화와 유사하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기본 정보를 모르고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빅터의 복수극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정도다. 그렇지만 느려도 진지하게 영화를 풀어나가는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의 연출력은 서서히 관객들을 영화의 흐름 안으로 빨아들인다.
빅터가 가족의 복수를 위해 가족의 죽음과 연관된 뉴욕의 범죄 조직에 들어가 보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게 된다는 설정 역시 홍콩 느와르 영화 <무간도>와 유사하다.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복수극 역시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홍콩 느와르 영화의 법칙에 더 충실하다.
여주인공 베아트리스(누미 라파스 분)와 빅터의 관계 역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에 충실한 일반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베아트리스가 빅터의 약점을 잡은 것이 계기가 돼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복수심을 이해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 간다. 예쁜 여배우에 집착(?)하는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베아트리스는 얼굴에 큰 흉터를 가진, 그래서 사회로부터 격리돼 있는 여성으로 설정돼 있다.
대부분의 복수극이 그렇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의 복수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끝이 나며 그 과정은 다소 뻔하다는 지적을 받는 홍콩 느와르 영화의 문법과 유사하다. 이런 부분은 영화 <퍼펙트>의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과 여백의 미를 잘 혼합해 확실한 색깔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 냈다. 오랜만에 만나는 진중한 느낌의 흡입력 강한 할리우드 영화다.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홍콩 느와르 영화를 좋아했던 이들에겐 추천할 만한 영화다.
2. 스웨덴 판 <밀레니엄> 시리즈의 ‘리스베트 살란데르’ 누미 라파스를 다시 만나고 싶다면 추천.
3. 킬링타임 용 액션무비인데 전체적인 화면 이미지도 괜찮아 영화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말까?
1. 가족의 원한을 복수하는 내용이지만 <테이큰>에 비하면 전체적인 구성은 조금 아쉽다.
2. 다소 우울하다. 상처받은 인물들의 이야기라 전반적으로 영화가 암울한 이미지다.
3. 결말이 다소 뻔하다. 반전이나 의외의 설정 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