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홍보수석. 사진제공=청와대
이 수석은 조 행정관에게 채 군의 신상정보를 넘기고 가족부 조회를 부탁한 것은 김 국장이며,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이번 일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청와대가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했으며 조만간 그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장황한 말을 쏟아냈지만, 이날 이 수석의 발표 내용을 꿰뚫는 것은 한마디로 ‘선 긋기’였다. 조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15년 비서 3인방’ 중 선임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직속 부하직원인 탓에 의혹의 화살이 권력 핵심으로까지 향할 조짐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수석의 발표는 의도와 달리 ‘일탈 청와대’라는 비아냥거림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도 청와대가 조 행정관의 일탈행위를 남의 일 취급하고 있다는 데 비판이 집중된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재만 비서관이 의혹을 벗게 됐다고 해도 조 행정관은 누가 뭐래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 직원인데, 청와대가 조 행정관의 일탈행위에 대해 한마디의 유감 표명도 안했다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권 차원에서 ‘채동욱 찍어내기’ 시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아니었느냐”며 “조 행정관 사건은 이 비서관은 물론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도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수석이 입맛에 맞는 내용만 발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수석은 지난 4일 브리핑 때 조 행정관에게 부탁한 인물을 처음엔 “평소 친하게 지내는 모 중앙부처 공무원 김 아무개 씨”라고 발표했다가, 곧 이어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 아무개 씨”로 정정했다. 이 수석은 “법적 검토를 거쳐 김 씨의 소속 부처를 밝히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소속 부처 공개는 이 수석의 브리핑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일부 TV에 ‘청와대 직원 채 군 개인정보 조회 요청 시인’과 같은 속보 자막이 나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낳았다. 진상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 화살을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시 날아오자 대신 화살을 맞을 표적을 내놨다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는 김 씨가 이명박 정부 말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고, 심지어 서류상으로는 박근혜 정부 출범 뒤인 지난 3월 하순까지 청와대 직원으로 돼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엔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5일자 조간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그제야 해명에 나섰다. 그것도 김 씨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일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원세훈(전 국가정보원장) 라인이 움직인 것 같다’는 얘기를 내놓고 있는 것도 전형적인 선 긋기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원세훈 라인이든, 현 정부 라인이든 박근혜 정부 하에서 공권력이 불법 행위에 남용됐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마치 자기들만 피하면 되는 것처럼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