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권 도전 출마를 시사했다. 이를 두고 친노 세력 결집을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회피하지 않겠다.”
지난 11월 29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차기 대권 도전 의향에 관한 문재인 의원의 답이었다. 문 의원은 지난 7일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과 향후 비전을 제시하며 재출발을 알리는 책 <1219 끝이 시작이다>를 출간했다. 대선 패배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에 “성급하다”, “이례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6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문 의원이 책에서 ‘종북 프레임 때문에 졌다, 종편 때문에 졌다, 안철수 때문에 졌다’며 대선 패배에 자기 책임은 없고 남 때문이라고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비노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황주홍 민주당 의원 등도 한마디씩 거드는 형국이다. 이에 대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야권 관계자의 분석을 들어보자.
“문 의원의 행보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측면이 있다. 최근 국정원 이슈 국면에서 부정선거가 아닌 대선불복을 주장하는 일부 강경 세력과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분리시켜 선거 때 ‘친노=종북’ 프레임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행보다. 지금 당 안에서는 비노진영이, 바깥에서는 안철수 진영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지 않나. 이 틈에 끼인 친노가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 당 안팎에서 지분을 늘릴 개연성이 크다.”
앞서의 야권 관계자는 “문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지방선거 때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 같다”며 “문제는 안철수 측과 연대 문제다. 민주당 안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지 못하거나 결국 민주당과 연대할 것이라고 보지만 친노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결국 지난 대선 때와 같은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철 전 비서관, 양정철 전 비서관, 전해철 의원.
현재 이 친노 9인방은 야권 안방으로 복귀를 꾀하고 있다. 이미 4명(김용익·박남춘·윤후덕·전해철)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고 양정철 전 비서관은 지난 7월 노무현재단이 운영하는 노무현시민학교 신임 교장으로 부임했다. 이호철 전 비서관은 대선 이후 고향인 부산에서 두문불출하다 최근 여행기를 내고 해운대 ‘바보주막’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바보주막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선술집으로 친노 지지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종 아이템으로 꼽힌다.
정태호 전 비서관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지역구였던 관악을에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소문상 전 정무기획비서관은 중부대학교 객원교수로 있다. 중부대는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박선숙 전 의원이 객원교수로 있는 곳이다. 안철수 의원과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퇴진을 요구받았던 윤건영 전 비서관은 현재 문재인 의원실 수석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무슨 활동을 하든지 당 대선후보로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좀 자제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김한길 지도부 입장에서는 쉽게 말해 지금 초선 두 명이 물 흐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의원 측이 다시 당을 장악하고 안철수 의원이 정치세력화에 성공할지는 몰라도 선거에서는 질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