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다. 일요신문 DB
검찰의 효성그룹 탈세·비자금 수사는 예정대로라면 연말쯤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1월 28일과 29일 연이틀 조현준 사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이런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조 회장이 입원함으로써 수사 마무리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생겼다.
지난 11월 14일 퇴원한 조 회장이 재입원하자 이를 ‘회피성’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재벌 오너들이 병을 이유로 검찰 수사 혹은 재판 등을 피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효성 측이 그동안 조 회장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전혀 문제없으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라고 말해왔던 것도 회피성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조 회장은 지난 2010년 건강상 이유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사임한 바 있으며 그해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효성 관계자는 “부정맥 특성 중 하나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급격히 나빠진다”면서 “최근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피로해진 것은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효성 탈세·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조 회장에게 최종 확인하는 일만 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현준 사장의 두 차례 소환 조사와 이상운 효성 부회장 소환 조사로 혐의가 대부분 입증됐다는 것. 일부에서는 조 회장 소환 조사 후 검찰이 조 회장과 이 부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조현준 사장은 불구속 기소한다는 것. 검찰 수사 초기 조현준 사장은 구속, 조 회장은 고령임을 감안해 불구속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알려진 것과 정반대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효성 측은 탈세 부분은 인정하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와 마찬가지로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탈세와 관련해서는 국세청이 내린 추징금 3652억 원을 모두 납부한 상태다. 추징금 통지서를 받으면 일단 전부 납부해야 한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반환 등을 요구하는 일은 그 후의 일이다. 효성 관계자는 “국세청 고발 내용 외에 현재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효성 내부에서는 이번 국세청의 검찰 고발과 그에 이은 검찰 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탈세 규모가 5억 원 이상일 경우 조세범칙규정에 따라 심의를 거쳐 검찰 고발 대상이 되는데 다른 기업은 전부 놔두고 왜 효성만 걸고 넘어지냐는 얘기다. 효성 고위 관계자는 “추징금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기업이 수두룩한데 왜 우리만 검찰 고발을 당했으며 왜 우리만 수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다른 기업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자금이라고 하면 극히 소수만 알고 있어야 어울리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비자금도 있느냐”면서 “단돈 1원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