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이미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19일 국내에서도 개봉된다. 일본 제목은 <そして父になる>, 영문 제목은 <Like Father, Like Son>이고 러닝타임은 121분이다.
이 영화는 2013 칸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산세바스티안영화제 관객상, 밴쿠버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으며 56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7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13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 그리고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기자 역시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론 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 가운데 최고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배우와 감독이 내한해 관객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공기인형>(200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등의 작품으로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대표적인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다. 부산영화제에 함께 내한했던 주인공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일본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한 명으로 국내에선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하다.
영화는 제목처럼 한 남성이 아버지가 돼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눈물겹다. 영화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료타는 사랑스런 아내와 아들 등과 함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지난 6년 동안 사랑으로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 아내가 출산했을 당시 산부인과에서 근무 중이던 한 간호사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던 도중 너무 행복해 보이는 료타와 그의 아내를 보고 질투심에 불타 다른 아이와 료타의 아이를 바꿨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친자 확인 결과 실제로 료타의 아들은 그의 친자가 아니었다.
뒤바뀐 료타의 친 아들은 여러 명의 자식과 함께 전파상을 꾸리며 살아가는 한 서민 가정에서 자라왔다. 이제 료타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6년 동안 자란 친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여야 하며 6년 동안 사랑으로 키운 아들은 그 집으로 떠나보내야 한다. 모두가 료타만큼 혼란스럽다. 양측 부모들은 물론이고 부모가 뒤바뀌는 처지의 두 아들들도 매한가지다. 주인공 료타를 중심으로 이들이 혼란을 겪는 방식을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은 담담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한국 막장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이 이 영화의 주된 소재이지만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 가난하고 형제가 많은 집의 아들에서 부잣집 외동아들이 된 이는 무조건 행복하고, 반대 입장에 선 이는 불행해지는 것이 한국 막장 드라마의 셈법이라면, 이 영화는 모두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리고 6살 아이들의 눈에 비친 두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또 교차된다.
이 영화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한 명은 주인공 료타이며 또 한 명은 또 다른 아들이 뒤바뀐 집안의 아버지 유다이(릴리 프랭키 분)다. 육아는 아내에게 맡기는 등 가정보다는 일에 더 중점을 두고 살아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료타와 달리 유다이는 자신의 집 1층에 있는 전파상을 운영하며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다. 대신 자녀를 여럿 낳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료타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는 (중요한 회사 업무 등으로 인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말에 유다이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도 다시 오지 않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화답하는 대목에서 상반된 두 아버지의 모습이 뚜렷이 대비된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과연 이런 두 유형의 아버지 가운데 누가 더 진정한 아버지인지를 묻고 있다. 물론 명확한 해답은 없다. 영화 역시 어느 정도 료타가 달라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진 않는다. 그렇다고 영화가 끝난 뒤 명확한 결말이 없어 허탈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단,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깊은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훨씬 무게감이 느껴진다.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현재 아버지이거나 예비 아빠, 그리고 언젠가 아버지가 될 남성이라면 적극 추천.
2. 아버지들의 솔직한 속내가 궁금한 이들도 이 영화를 보면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
3.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 그는 이번에도 수작을 만들었다.
말까?
1. 일본 영화 고유의 잔잔한 전개가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2. 진중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로 재미적인 측면은 다소 약하다. 재미를 위한 선택에는 알맞지 않는 영화일 수 있다.
3. ‘우리 아이도 바뀔 수 있는 거 아냐?’ 등의 괜한 고민에 빠질 우려가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면 비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