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연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시즌 극장가에서 가장 잘 통하는 영화는 바로 로맨틱 코미디(로코)다. 올 연말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계가 내놓은 로코는 주원과 김아중을 전면에 내세운 <캐치미>다. 오는 18일 극장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15분이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기발하고 참신하다. 기본적으로 <캐치미>는 10년 전 서로에게 첫사랑의 기억을 남긴 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런 종류의 멜로 영화는 차고 넘친다. 그렇지만 <캐치미>는 연인들의 독특한 직업을 통해 이런 뻔한 구도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우선 남자는 경찰이다. 그것도 검거율 100%, '미제사건 제로’를 자랑하는 전문 프로파일러 이호태(주원 분)가 바로 남자 주인공이다. 그리고 여자는 도둑이다. 그것도 대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품을 연이어 훔친 대도 윤진숙(김아중 분)이 바로 여자 주인공이다. 10년 전 첫사랑의 기억을 남긴 채 헤어진 연인이 최고의 경찰과 도둑이 돼 다시 만났다. 둘 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가 된 것은 좋은데 가는 길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프로파일러답게 호태는 미궁에 빠진 사건의 범인을 정확히 포착해냈고 경찰은 체포 작전에 돌입한다. 그렇지만 부근을 지나던 차량이 도주하는 범인을 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범인을 친 차량은 뺑소니를 친다. 경찰은 뺑소니 범에게 중요 범죄자를 검거한 데 대한 포상을 해야 상황에 이르게 되고 호태는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간다. 그런데 바로 그 뺑소니범이 10년 전에 헤어진 첫사랑 진숙이었다. 호태는 뺑소니 사고를 낸 진숙이 무면허 운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지만 이 정도는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조선 청화백자에 영국황실 다이아몬드까지 훔친 대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진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호태는 하는 수 없이 진숙의 혐의를 벗겨주기 위한 필살의 작전에 돌입한다. 검거율 100%의 경찰이 용의자인 연인의 검거율을 0%로 낮추기 위해 양팔 걷어붙이고 나선 것.
고가의 유명 미술품을 훔치는 대도가 등장하는 영화인만큼 아슬아슬한 절도 장면은 필수 요소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이현종 감독은 이를 묘하게 비틀었다. 호태의 도움을 받아 절도 사건의 혐의를 벗으려 하는 진숙이 이번에는 역으로 고가의 절도품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기 위해 애초 훔친 집으로 다시 침투하는 작전에 돌입하는 것. 엄청난 경계경비를 뚫고 잠입해 훔친 물건을 되돌려 놓는다는 설정은 확실히 신선하고 코믹하다. 그리고 호태와 진숙은 엉뚱하고 황당한 ‘절도품 되돌려놓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금씩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영화 <캐치미>는 기존 로코와 다른 기발한 인물 구도와 설정으로 무장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신선한 구도와 설정은 연출을 맡은 이현종 감독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현종 감독은 세 편의 영화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영화 <묻지마 패밀리>의 ‘교회누나’ 편으로 입봉했는데 이 영화 역시 독창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다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잘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 아쉽다. 이현종 감독의 기발한 발상과 안정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데다 이미 스타성과 연기력을 고루 인정받은 주원과 김아중도 무난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지만 영화 <캐치미>는 이런 장점들을 하나로 잘 모아내 좋은 영화로 완성되지 못하고 뭔가 각각의 장점들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겉도는 느낌이다. 장면 장면은 코믹하고 또 로맨틱하지만 한 편의 영화로 모아놓으면 그다지 코믹하지 않고 로맨틱하지도 않은 느낌이랄까. 기발한 발상을 바탕으로 너무 많은 얘깃거리를 다 넣으려다 로코 본연의 색깔이 흐려진 경향도 짙다.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연말 극장가에서 데이트하려는 연인이라면 추천. 뭐니 뭐니 해도 연말 극장을 찾는 연인에겐 로코가 제 맛이니까.
2. 주원과 김아중의 팬이라면 추천. 두 배우 모두 영화 내내 자신의 매력을 끊임없이 발산한다.
3. 로코 마니아라면 추천. 뭐 조금은 유치하고 말이 안 될지라도 로코 영화는 로코이기에 허용되는 면죄부가 있다.
말까?
1. 분명 완성도 높은 로코는 아니다. 발상은 기발했지만 결과물은 아쉬운 영화랄까.
2. 분명 장르는 로코다. 수사물이나 절도물을 다룬 영화로 보긴 힘들다. 뛰어난 형사가 절묘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영화나 대도가 나오는 절도 행각을 다룬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3. 현직 경찰에겐 비추. 아무리 로코라지만 경찰이 범죄자인 연인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설정이 현직 경찰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