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이젠 심플하게 ‘부정선거’라고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정황이 처음과는 많이 변했다. 분명 ‘부정선거’라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처음 검찰이 발표한 국정원 직원의 댓글 수는 67건이었지만, 지금 밝혀진 것은 트위터 계정만 2300개, 유포한 댓글은 2000만 건 수준이다. 현재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건, 관심이 많건 적건 (부정선거라고) 인정할 수 있는 수준 아닌가. 이 정도 검찰 수사 내용이라면 정치인으로서 오히려 책임을 갖고 설명하고 주장하는 논거가 된다고 본다.”
―이 정도 파장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나.
“예상 못했다. 내가 입장표명 하자마자,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때 ‘양승조, 장하나 출당’ 플래카드 붙여놓고 회의를 진행하더라. 각 지역에선 나를 두고 규탄대회도 하고 있다. 청와대도 세게 나오고 있지 않느냐. 아마도 내가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사퇴를 요구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라는 말도 이젠 부족하다. 대선개입을 국정원만 한 것도 아니고. 이젠 ‘부정선거’라고 아주 심플하게 명명해도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한 말이 있다. 당시 발각된 국정원 여직원을 두고 박 대통령은 ‘인권탄압이다. 사실이 아닐 때는 문재인이 책임지라’고 했다. 왜 우리는 책임을 못 묻나. 똑같이 해야지. 딴 사람은 이해 못해도 박 대통령은 이해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책임지라고 먼저 말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난 박 대통령의 침묵이 너무 싫다. 사람이 물으면 뭔가 대답을 해야 하지 않나. 잘못했으면 했다고 하고.”
―새누리당에서 양승조 의원과 함께 장 의원의 제명안을 윤리위에 제출했다.
“여권에서 그렇게 극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를 본보기 삼으려는 것이다. 나를 잘근잘근 누더기로 만들어놔야 다른 이들이 나 같은 말을 못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윤리위는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정말 제명시키려면 빨리 시켜라. 새누리당은 제명안 제출하고 사진 찍는 게 목적이다. 의정활동에서 그런 쇼 하면 안 된다. 난 쇼 안한다. (제명을) 할 거면 빨리하라.”
―정말 독단적으로 성명서를 낸 건가. 일각에서는 배후에 친노세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국회에 들어온 지 1년 반됐지만, 난 지금도 당내 정파를 잘 모른다. 난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하고 싶었다. 정파에 연계되기도 싫은 사람이다. 청년 비례대표기에 기존 중앙정치와 특별한 네트워크도 없었다. 이것이 내 장점인데 퇴색시키는 것이 싫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친노그룹이나 문재인 의원과 친했으면, 외부에선 벌써 장하나가 누구누구와 뭘 했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어떤 일을 했다고 퍼트릴 것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나오는 게 없지 않느냐. 내 양심과 소신으로 한 일이다.”
―사건 이후 원내부대표 당직을 내놨다.
“당론과 차이가 나는 주장을 한 것은 사실이기에 당직을 유지하는 것이 송구스러웠다.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하려면 당직 자체가 부담이다. 이유는 그뿐이다.”
―장 의원의 성명서가 오히려 당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조경태 최고위원이 장 의원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했고 김한길 대표도 의총에서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조 최고위원에게는 ‘반사’라고 전해 달라. 난 당론과 다른 얘기를 할 때는 당직(원내부대표)을 버렸다. 그분도 당론과 어긋난 발언을 하려면 최고위원직 떼고 해야 한다. 김한길 대표의 발언에 대해선 뭐 불만 없다.”
―손수조 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이 장 의원을 직접 겨냥하며 비판했다. 무엇보다 장 의원을 민주당 청년비례의원 시스템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몰아붙였는데.
“만약 민주당 의원이 그런 얘기했으면 생각이라도 해보겠지만, 상대 당에서 그렇게 얘기했으니 우리로서는 잘했다는 뜻 아닌가. 새누리당 입장에서 뭔가 데미지가 있고 손해니까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걸리면 화라도 나겠지만, 그 얘기에 대해선 화도 안 난다. 그냥 웃긴다. 그런데 손 전 위원장에게는 직접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식이나 돈을 자랑하는 것은 좋지만, 가난을 코스프레 하는 행동은 정말 아니다. 손 전 위원장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어려운 가정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부모가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갖고 있고, 서울에 전세 오피스텔도 있었다. 다시 한 번 가난한 척 하고 ‘또래 청년들 이해한다’는 식의 행동을 한다면 난 못 참는다.”
―박 대통령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오늘만 해도 중증장애인에게 연금 100% 지급한다는 공약이 파기됐다. 노령연금 파기할 때는 사과까지 했으면서 정작 중증장애인에게는 어떤 해명이나 설명도 사과도 없다. 철도 노조원 7900명도 직위해제 됐다. 앞서의 이유 말고도 이 모든 것들이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해야 하는 이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부정경선 수혜자’…이건 아니잖아
<일요신문>이 장하나 의원을 인터뷰하던 직전인 12일 오후, 새누리당은 돌연 윤리위에 제출한 장하나 의원의 제명안 일부를 수정했다. ‘장하나 의원이 지난 총선 청년비례 선출 과정에서 부정경선의 수혜자였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 이는 장 의원의 항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애초 장 의원을 부정경선의 수혜자로 지목한 것은 지난 19대 총선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지원자들 중 일부가 ‘부정경선의혹’을 제기하며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기 때문. 하지만 실제 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은 1심에서 기각된 사실이 밝혀져 새누리당은 문구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나도 어제 처음 알았다. 알고 보니 지난해 3월에 기각된 신청서였다”며 “내가 박 대통령에게 부정선거 수혜자라고 하니, 새누리당이 오히려 치졸한 수법으로 날 부정경선 수혜자로 몰아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