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 등을 철저히 여야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법 정상화는 여야 합의가 있어야만 풀 수 있다. 우리가 주장한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어서 부담이 꽤 된다. 정치개혁특위도 마찬가지다. 철저히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위원장은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부담은 여야 각 간사에게 더 있지 않겠나(웃음). 사실 국회선진화법은 (내가) 원내수석부대표(18대 국회)로 있을 때 강하게 반대했던 사안이었다. 그래서 당이 적임자라 판단한 것 같다.”
―정치개혁특위는 정치권의 핫이슈다. 공천제 폐지에서부터 교육감 간선제, 선거구제 개편 등 다뤄야 할 것도 많고.
“15년 법관 생활하면서 12년을 선거관리위원장을 했다. 경산, 영덕, 상주, 구미, 대구 달서 등 여섯 군데에서. 대선만 두 번 치렀다. 선거를 현장에서 많이 관리해본 경험이 있다. 그런 걸 두루 보고 맡긴 것 같은데…. 그때의 경험 살려서 잘해보겠다.”
―그러고 보니 주 의원은 선거 관련 구설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왜 시비를 거는 이가 없었겠나. 하지만 모두 무효였다. 예비 출마자에게 팁 하나 주자면, 일단 선거법을 제대로 숙지해야 한다. 출마 결심을 밝히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다. ‘저 6월 지방선거에 나옵니다’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 뒤에 ‘잘 부탁합니다’라고 하면 선거법에 저촉된다. 지지호소니까. 그러니까 ‘저 6월 지방선거에 나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면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 장관을 지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특임 장관직이 사라졌다. 그런데 최경환 원내대표가 특임 장관 부활을 이야기하다 청와대로부터 정중히 거절당했다. 어떻게 보나.
“저는 그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특임 장관을 부활하자고 했다면 이미 조율이 끝난 것 아닌가. 그런데 청와대가 반대했다. 그것부터가 소통부족 아닌가 한다. 자, 예전에는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겸했다. 총재 비서실장이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니 소통채널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의원을 겸했던 정무 장관에서부터 총재 비서실장까지 모두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당 이야기를 전할 공식 루트는 청와대 정무수석밖에 없다. 예전에는 정무수석도 1수석, 2수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도 아닌 정무수석을 만나려 하겠는가. 급이 다른데? 당연히 꺼린다. 잘못하면 ‘저 의원 청와대 마사지 받나’ 의심이나 받으면서 ‘사쿠라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무 장관을 동료 의원이 한다면 야당 의원도 스스럼없이 만난다. 그러면 소통이 좋아진다. 특임 장관 할 때 야당 의원을 더 자주 뵌 것 같다.”
“계파가 없다 보니 나오는 목소리도 적다. 생동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일본은 철저히 계파 정치를 하고 있다. 그게 나쁘지 않다. 여러 이념을 가진 정당이 모여 정치를 한다. 정당은 그 구성원의 집단 지능을 모아 가장 좋은 안을 만든다.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다. 그런 토론이 계파의 이익만을 위해서 이뤄지면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계파 이익을 곧잘 좇는다. ‘착한 계파’는 있는 것이 좋다. 지금 새누리당 계파는 너무 원사이드적이지 않나.”
―이명박 정부의 임기 첫해는 광우병 촛불 파동으로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연말쯤 되어선 정리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 정부 임기 첫해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부정 선거 정국으로 얼룩지고 정리되는 느낌도 아니다.
“여야 합의로 국정원개혁특위가 가동됐으니 연말까지는 결론나지 않겠는가. 시간을 끌수록 여야 모두 손해다. 여당은 국정운영 추동력을 잃고, 야당은 국정 발목잡기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국민은 피로해진다. 국민이 국회해산을 요구할까봐 겁난다.”
―조금씩 개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개헌의 방향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가.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그 말로와 평가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대통령 혼자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집중에서 오는 대통령의 책임 부담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 단임제는 중장기 국정과제를 수행하기가 어렵다. 조기 레임덕도 문제다. 분권형으로 가고, 연임제도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
―차기 대구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는데 출마 의사가 있나.
“능력도 부족하고 마음에 준비도 안 돼 있는데 주위에서 자꾸 시장 후보로 말씀하시니 감사할 뿐이다. 저는 행정가형이 아니다. 의회형이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대구 발전을 위해 가장 훌륭한 대구시장 후보가 나올 수 있도록 산파 역할을 하겠다. 후보는 유권자가 선택하는 상품이다. 최상품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는가.”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지만 의원 개인으로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어떻게 보나.
“복잡한 문제다. 과거에 헌법재판소가 공천제 폐지를 두고 위헌 결정을 내린 적도 있고…. 이번 사안에 대해선 개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토론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선거 룰 설계도를 정교하게 만들어 보겠다.”
글·사진=서상현 매일신문 기자 subo801@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