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노리개>의 한 장면. 연예인 성스캔들 추세가 과거엔 성상납이었다면 이젠 돈벌이를 위한 성매매로 바뀌고 있다.
이번 검찰의 연예인 성매매 수사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수사를 시작한 부분은 연예인 성매매가 아닌 연예기획사 관련 비리 수사였다. 올해 초부터 진행된 연예기획사 비리 수사 도중에 참고인으로 소환된 인물이 바로 이번 연예인 성매매 사건의 브로커였던 까닭에 수사 방향이 아예 바뀌게 된 것이다.
결국 연예기획사 비리 수사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는 곧 대대적인 연예인 성매매 사건으로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연예인 A와 B를 비롯한 수십 명의 여자 연예인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거론된 30대 여성 탤런트인 A와 B는 최근 활동이 주춤하지만 과거 정상의 인기를 누렸던 톱스타들이다. 이미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들의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기소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한창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부분이다. 특히 수사를 야심차게 진행하던 검찰은 지난 8월 성매매 브로커 C 씨의 구속 영장을 두 차례나 법원에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작곡가 출신 C 씨가 연예기획 분야에서 일하면서 여자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기반으로 사업가 등 재력가들에게 성매매 알선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연예인 성매매 사건의 핵심인 브로커를 확보했지만 구속 수사가 불가능해지자, 대신 최근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여자 연예인 A와 B를 직접 소환 조사하는 초강수를 뒀다.
우려대로 해당 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된 후 검찰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연예인을 직접 소환한 만큼 검찰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내부 사정은 조금 다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은 A가 해당 브로커와 종종 접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A는 검찰 소환 조사에서 해당 브로커와 친분이 있어 몇 차례 만난 것은 인정하지만 성매매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가 성매매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데 반해 검찰은 A의 성매매 사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B의 경우 검찰은 무혐의로 가닥을 잡고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졌다.
A와 B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진 12일 오후 20대 톱스타 두 명도 검찰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13일 오전에는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라는 제목의 괴문서를 통해 10여 명의 여자 연예인 실명이 떠돌기도 했다. 심지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자 연예인 D가 성매매 브로커로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해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처음 D의 이름은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에 올라있었지만, 연령이나 방송 경력 등으로 미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와중에 D가 성매매 리스트에서 빠지고 성매매 브로커라는 소문도 돌았다.
연예계 관련 루머 가운데 이처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는 대부분 사실무근으로 판명된 적이 많다. 대중의 반응에 따라 신빙성 있고 재밌는 방향으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곧 누군가 루머를 만들어 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이 두 차례나 구속 영장을 청구했던 브로커 C 씨는 작곡가 출신으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여자 연예인 D와는 다른 사람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검찰 내부 관계자는 “현재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A와 B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가로 떠도는 여자 연예인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루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검찰 윗선에서도 이번 수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연예인 성매매 수사의 경우 사회적으로 화제만 만들어 낼 뿐 실제 별다른 수사 성과를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간 검찰이 연예계 루머만 양산한다는 비난과 함께 수사 결과가 빈약할 경우 다른 정치적 이슈를 가리기 위한 ‘물타기 수사’라는 의혹에 직면할 수도 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가능한 한 빨리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연예인 A와 B의 수사가 거의 다 진행된 상황일 경우에도 조속한 기소가 이뤄지며 1차적인 수사는 마무리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도 다른 연예인 기소 없이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다.
연예계의 반응은 관련 보도가 쏟아진 12일 오후 무렵부터 검찰 수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해 이제는 연예계에서 거의 종적을 감춘 지난날의 악습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며 “만약 별다른 성과 없이 수사가 마무리될 경우 ‘성매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애꿎은 여자 연예인들만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검찰이 앞장서 한류 열풍에 찬물만 끼얹는 꼴”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