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FA 계약과 관련해선 그동안 다양한 소문과 추측이 난무했던 게 사실이다. 그중에서 압권은 미국 야후스포츠에서 보도한 7년 1억40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그 기사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수많은 팬들이 추신수와 스캇 보라스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거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 ‘추신수의 선택, 도박인가 쪽박인가’ ‘보라스가 믿는 구석이 있나’ 등등 양키스행 거절과 관련해 절망과 희망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 양키스의 1억4000만 달러 거절?
그렇다면 과연 추신수가 양키스행을 거절했을까? 추신수의 측근에 의하면 추신수가 뉴욕 양키스로부터 오퍼를 받은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내용을 밝히길 꺼려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와 같은 결정은 에이전트 혼자 못한다는 사실이다. 최종 결정은 선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추신수와 진행했던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추신수는 LA,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데 대해 썩 내켜하지 않았다.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등 주로 한인들이 많지 않은 도시에서 생활했던 그로선 대도시의 화려한 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만약 추신수가 뉴욕 양키스행을 거절했다면 아내 하원미 씨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다. 추신수는 자신의 진로 문제에 대해 아내와 자주 상의하는 편이다. 교통이 복잡하고 물가가 비싼 뉴욕의 생활에 대해 두 부부는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을 것이 농후하다. 특히 추신수를 원하는 팀이 뉴욕 양키스밖에 없었다면 더 고민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추신수에게 구애를 보내는 팀은 텍사스, 휴스턴, 애리조나 등 줄을 선 상태였다.
# 휴스턴의 ‘러브콜’ 사실이었나?
추신수가 텍사스와 계약 직전까지 구애를 펼친 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그러나 휴스턴이 아무리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고 해도 추신수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장기적인 리빌딩 과정에 있는 휴스턴은 연봉 총액에 여유가 있고,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로 추신수를 찜해 놓고 오래 전부터 추신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프 러나우 단장은 추신수의 영입 성공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스캇 보라스가 텍사스를 압박하기 위해 휴스턴을 이용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추신수도 휴스턴행을 원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내건 FA 조건 중 하나인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휴스턴의 전력이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스턴의 오랜 구애는 결국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 추신수는 세금 때문에 텍사스를 택했다?
추신수가 뉴욕 양키스의 1억 4000만 달러가 아닌(7년) 텍사스의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한 데 대해 액수만 놓고 봤을 때는 양키스 제안을 거절한 것이 손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방세를 내고 별도로 주세를 내는 미국 세금 정책에 의하면 주세 8.82%를 내는 뉴욕주보다 주세가 0%인 텍사스주에서 생활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 기자는 텍사스의 1억 3000만 달러는 뉴욕주의 1억 4700만 달러나 마찬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추신수의 텍사스행이 세금 문제 때문으로만 국한돼선 안 된다. 세금 문제도 포함됐겠지만, 추신수는 화려하고 복잡한 뉴욕보다 한인들이 많고 원정 경기 갈 때마다 친정팀 마냥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 텍사스가 훨씬 매력적인 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텍사스는 2012년 추신수가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기 전에도 추신수를 트레이드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철수했던 스토리가 있는 팀이다. 추신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텍사스가 자신을 향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난 10월 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첫 포스트시즌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마친 후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비보도를 전제로 자신이 원하는 FA 팀을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추신수가 거론했던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두 팀이었다. 스캇 보라스가 FA와 관련해선 인터뷰하는 걸 금지했기 때문에 추신수는 그 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었지만, 시애틀과 텍사스는 아내 하원미 씨도 원하는 팀이었다.
결국 그 두 팀 중에서 추신수는 텍사스를 향하게 됐다. 추신수는 ‘현지시간’으로 12월 23일(한국시간 24일) 신체검사를 할 예정이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진행되는 입단식은 12월 27(한국시간 28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귀국은 입단식을 마친 다음날인 28일, 즉 한국시간으로는 29일 도착 예정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