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동 특실병동 입구.
일반 특실은 26㎡(약 8평)로 일반 1인실과 동일한 크기이나 조리대 개인냉장고 정수기 전자레인지 옷장 책상 인터넷선 PDP TV 등이 제공된다. 리모컨 하나로 룸 안의 모든 것이 제어되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간단한 의료기기도 구비돼 있다. 널찍한 창을 통해선 서울시내의 야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대병원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더불어 소위 말하는 ‘범털’(교도소 재소자들의 은어로, 돈이 많고 지식수준이 높은 수형자를 이르는 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이다. 재벌 회장,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이 서울대병원 특실을 찾는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병원 관계자들은 그저 웃거나 당황해했다. 대외적으로는 해당 유력자의 진료 기록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거나, 특정 의사에 대한 선호도를 꼽기도 한다. 그러나 한 병원 관계자는 “타 병동에서 근무하면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알려 주지도 않는다. 우리도 언론을 보고 안다”며 “환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보안직원을 거쳐 복도로 들어서면 유명 화가의 작품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이 병동의 복도 끝에 VIP병실이 위치해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특실은 국립의료원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편리하게 꾸며져 있긴 하지만 타 사립병원에 비하면 그리 공간이 넓거나 호화로워 보이진 않았다. 다만 병동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24시간 상시 경계를 서며 출입자를 일일이 통제하고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입구를 통과한다고 해도 12110, 12111호 VIP병실 앞에 보안요원이 또 상주하고 있었다. 철저한 ‘2중 보안’이 직원들도 특별한 용무 없이 121 병동에 드나들 수 없으며 카드키를 통해 출입해야 한다고 한다.
2013년에는 유난히 서울구치소와 서울대병원을 오가는 재벌들이 많았다. 덕분에 서울대병원이 전경련 별관, 회장님 별실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검찰 조사 와중에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세가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김승연 회장은 수천억대 배임으로 재판을 받으며 VIP실에 입원해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입원해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해왔다. 그는 줄곧 호흡곤란과 불면증을 호소하며 당뇨와 우울증, 폐질환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화그룹 측은 폐질환이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병명은 일절 함구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도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이 악화돼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오는 2월 28일 4시까지 서울대병원 특실에 머물 수 있다. 이들이 수감돼 있던 서울구치소 내엔 자체 의료시설이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서울대병원과 화상을 통해 진료하는 원격의료체제도 구축돼 있다.
서울대병원 본관 전경. 우태윤 기자
한편 서울대병원 일반병동에 입원 중인 한 환자의 보호자는 “12층은 워낙에 막아 놓으니까 같은 병원에 있어도 가볼 수도 없고 어떤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돈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호화 병실에서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보면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병원이 재벌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상미 프리랜서
내 돈 나갈 일 없어…
암병원 6층 특실과 마주한 야외 정원.
사립병원의 경우에도 치료비를 정부가 지불한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 측에서 완납을 한 후 해당 치료비를 정부에 따로 청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국공립병원의 경우 입원비 및 치료비 전액을 ‘감면’해 주는데 이것은 병원 측의 순수한 ‘손해’로 분류된다고 한다. 정부기관 어디에서도 환급받을 수 없다. 사립병원은 전직 대통령들을 유치해 병원 가치가 상승하지만 국립병원의 경우 고스란히 손해로 남는다는 것이다.
전두환, 고 김대중 대통령은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선호했고, 김영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서울대병원을 더 애용한다. 고 노무현 최규하 윤보선 전 대통령도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신상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