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지만, 조훈현 9단이 바둑황제라면 카스파로프는 체스황제. 최연소 세계챔피언이었고, 최장기 세계챔피언이었으며 1984년 당시 10년 무적이었던 아나톨리 카포프(Anatoly Karpov, 62)와의 열전의 명승부로, 마치 지난날 우칭위엔-사카다의 10번기처럼, 팬들을 열광시겼고, 1996~97년에는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와 미증유의 인간-기계의 대결을 펼쳐 체스를 모르는 사람들에까지 체스를 각인시켰다. 체스를 위한 이른바 ‘쇼 비즈니스’의 주역이었던 것. 체스의 인기는 오히려 지금이 그때만 못하다. 선수로서 은퇴한 카스파로프가 ‘연맹의 회장’으로 컴백하려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런데 카스파로프와 체스 혹은 카스파로프의 인생 역정, 카포프와의 실력대결, 일룸지노프와의 선거 대결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사실은 그의 출신 배경과 정치적 성향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의 국적은 아제르바이잔인데, 아버지가 유태인, 어머니는 아르메니아. 소외계층이다. 반골 성향이다. 고르바초프가 추진했던 페레스트로이카의 추종자였다. 카포프는 공산당원이었고 상위 3%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체스의 전설’ 개리 카스파로프(왼쪽 두번째)가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치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고, 철학이나 기타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 내가 러시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투표를 해서 이기자는 게 아니라 선거를 하자, 제대로 된 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번 연맹 회장 선거에서는 이기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세계 체스 인구는 10억 명. 중국에만 3억~4억, 바둑 인구보다 체스 인구가 많다. 한국은 현재 약 100만 명. 10억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우리나라에 100만이나?” 하면서 놀라는 사람이 많다. 80%가 10~30대 나이의 젊은 층이다. 그래서 앞날이 밝다. 대한체스연맹의 관계자는 “이들을 바둑으로도 끌어들이는 것, 그게 바둑 보급에도 첩경일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리고 하나 더.
“카포프 51년 토끼띠, 카스파로프 63년 토끼띠. 이창호 75년 토끼띠, 루이나이웨이 63년 토끼띠. 바둑, 체스에는 토끼띠 영웅이 많아요…^^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이광구 객원기자
박정환의 날…바둑대상 3관왕 올라
박정환 9단
1955년 한국기원이 사단법인으로 되었다. 초대 이사장은 장경근. 이사장 위에 총재가 생긴 것은 한참 후인 1969년의 일이다. 초대 총재는 이후락. 이듬해 한국기원은 재단법인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1974년 ‘기사파동’ 때 이후락 총재는 물러났다.
이후 총재는 한동안 공석이었다가 1983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2대 총재로 취임했다. 임기 6년. 김 총재가 2000년까지 3-4기를 연임한 후, 2001년, 5대 총재 한화갑-14대 이사장 허동수 체제가 출범했다. 한 총재는 임기 한 번을 마치고 퇴임했으나 허 이사장은 15-16-17기를 장수하며 오늘에 이르다가 이번에 네 번째 임기의 절반 정도를 남긴 상태에서 물러났다. 그러니까 홍석현 총재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6대 총재지만, 이제 이사장이 없어지니까 18대 총재라고 발표한 것.
6시30분부터는 같은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룸에서 ‘2013 바둑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 부문과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경쟁부문 : 대상(최우수기사상) 박정환 9단 / 우수기사상 김지석 9단 / 시니어기사상 조훈현 9단 / 신예기사상 변상일 2단 / 여자기사상 최정 4단
기록부문 : 다승상 박정환(77승 20패) / 승률상 박정환(79.38% / 연승상 이희성 9단(17연승, 2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 공로상 노영현(한국물가정보 회장) / 미디어상 천병혁(연합뉴스)
박정환 9단이 대상에다가 다승-승률까지 3관왕, 박정환의 날이었다. 경쟁부문 수상자는 선정위원단(일간지-방송-인터넷 바둑 기자)과 네티즌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박 9단은 40.74%와 30.96%를 득표, 처음으로 MVP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2013년 박 9단은 세계대회에서는 두 번 모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국내에서는 제31기 KBS바둑왕전,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 제14기 맥심커피배에서 우승해 3관왕에 올랐고, 제14회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최종 주자로 나서 우승을 이끌었다.
현재 한국 랭킹 1위이며 시즌 상금수입도 6억 원으로 1위.
제4기 대주배 우승, 제7기 지지옥션배 6연승(우승 결정)으로 시니어기사상을 수상한 조훈현 9단을 보면 감회가 일고, 한국 프로기사 최고의 장고파-성실근면파 이희성 9단의 연승상 수상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