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 영화의 보다 정확한 설명은 조셉 고든-레빗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 영화일 것이다. 지난 2009년 단편영화 <스팍스>를 선보인 조셉 고든-레빗은 이 영화를 통해 첫 장편 영화를 선보이며 새로운 감독 겸 배우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화려한 캐스팅은 조셉 고든-래빗의 인맥 때문임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젊은 감독의 전형적인 입봉작이다. 영화는 1월 9일 극장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90분이다.
영화의 주제와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돈 존(조셉 고든-레빗 분)의 독특한 세계관, 아니 연애관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돈 존은 중증의 야동 중독자다. 그렇다고 여자를 꾀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돈 존은 전설속의 카사노바 존 주앙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으로 돈 존은 주말이면 클럽을 찾아 원나잇 스탠드를 즐길 여성을 매우 가볍게 꾀여 낸다. 그렇지만 여성과의 성관계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돈 존은 침대에 잠든 여성을 홀로 둔 채 옆방으로 가서 노트북으로 야동을 보며 자위행위를 한다. 그러니 매주 성당에 가서 ‘지난 한 주 동안 혼전관계를 몇 번 했으며 자위행위는 몇 번을 했다’고 고해성사를 한다.
다양한 여성과의 성관계로 삶의 공허함을 채우려 하는 이들을 ‘돈주앙 콤플렉스’라 지칭하는데, 돈 존을 그것만으로도 공허함을 극복하지 못해 야동의 도움까지 받는다. 따라서 돈 존의 정확한 증상은 야동 중독증을 뛰어 넘은 야동 콤플렉스다.
이런 돈 존을 야동 중독증에서 구원해줄 완벽한 여성이 나타난다. 그 주인공은 바로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 스탠드를 시도했지만 실패의 아픔을 안겨준 바바라(스칼렛 요한슨 분)다. 바바라와의 연애를 통해 무의미한 원나잇스탠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야동의 세계에서도 구출된 돈 존은 진정한 사랑으로 행복해진다. 돈 존의 친구와 가족들 역시 바바라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서서히 돈 존은 바바라와의 연애에서도 조금씩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중년 여성 에스더(줄리안 무어)와의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면서 돈 존은 에스더를 통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조금씩 또 다른 세상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영화는 결코 야하진 않지만 야하다. 출연 인물들의 베드신 수위는 말 그대로 기대 이하지만(스칼렛 요한슨과 줄리안 무어는 끊임없이 야한 장면을 연출해 내지만 끝내 노출은 없다.) 돈 존이 야동 중독자인 터라 짧게 포르노의 다양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 <돈 존>의 기본적인 장르는 성장 영화다. 이미 20대 청춘의 나이지만 여전히 세상을 살아가기엔 아직 어린 돈 존이 서서히 어른이 돼 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돈 존은 합법적으로 야동을 볼 수 있으며 원나잇스탠드를 즐겨도 법적으론 문제되지 않는 어른이다. 그렇지만 돈 존은 무의미한 원나잇스탠드와 야동을 활용한 자위행위라는 틀에 얽매여 있을 뿐 아직 진정한 어른이 아니다. 이런 그가 진정한 어른의 사랑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가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니 성장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중후반부까지만 해도 이 영화는 야동을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론에 이르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성장 영화임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조토끼’ 조셉 고든-레빗의 팬이라면 추천. 그의 장편 상업영화 감독 입봉작이니 축하해줄 만한 영화임.
2. 야동에 심취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적극 추천. 모든 남성이 돈 존의 야동 사랑에 동의하진 않겠지만 상당수는 그의 야동 사랑을 이해하고 동의할 것이다.
3. 요즘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궁금하다면 관람 추천.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클럽에서 잘나가는 미국의 청춘도 부모 잔소리에 고개 떨어뜨리고 홀로 야동을 보며 각티슈만 소비하고 있다.
말까?
1. '조토끼’ 조셉 고든-레빗이 주연이지만 감독이기도 한 영화다. 아직 그는 입봉한 신인 감독일 뿐이라 기존 출연 영화와 달리 신인 감독의 덜 익은 냄새가 진동한다.
2. 야한데 야한 영화는 아니다. 돈 존이 빠져든 야동의 장면들을 매우 빠르게 편집해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 전체적으로는 야해 보이는 영화지만 내용 자체는 그리 야하지 않다. 자칫 야한 영화를 즐기는 이와 싫어하는 이들 모두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는 편집의 영화다.
3. 사뭇 진지한 영화이기도 하다. 겉모습은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성장 영화에 가까운데, 아동이나 청소년이 주인공인 일반적인 성장 영화와 달리 감동이 위주인 성장 영화는 아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