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우고 매우 거칠며 무엇 하나 거리낄 게 없이 당당한 모습은 최영도와 최성훈이 매우 많이 닮아 있다. 당연히 두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가 김우빈으로 동일하다는 부분이 결정적인 이유일 테다.
만약 <상속자들>을 통해 김우빈이 스타로 등극하지 않았다면 <친구2>는 홍보 과정에서 유오성 한 명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곽경택 감독은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김우빈에게 상당한 무게감을 실어줬다. <친구>에서 장동건의 비중보다 <친구2>에서의 김우빈의 비중이 훨씬 클 정도다. 영화 <친구2>의 무게 중심을 유오성보다 김우빈 쪽으로 기울게 만든 곽경택 감독의 선택은 사실 모험이었다. 그렇지만 <친구2> 개봉을 앞두고 때마침 <상속자들> 열풍이 불면서 김우빈은 확실한 티켓 파워로 곽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심지어 극장을 찾은 아줌마 일행이 극장 티켓 창구에서 “<친구2> 4장 주세요”가 아니라 “‘영도’ 4장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을 정도란다. ‘영도’는 김우빈의 <상속자들> 속 캐릭터 이름이다.
영화 <친구>의 흥행 성적에 다다르진 못했지만 손익분기점 250만 명을 넘겨 최종 관객수 296만 9678명을 기록한 영화 <친구2>는 부가판권 시장에서도 좋은 흥행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유오성의 연기도 돋보인다. 지난 2001년 영화 <친구>를 통해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유오성은 그 이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좋은 연기를 선보여 왔다. 그렇지만 <친구2>에서 다시 이준석으로 분한 유오성은 또 한 번 최고의 연기를 완성했다. 뭐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강렬하고 매력적이지만 간혹 아직은 서툰 기색이 엿보이는 김우빈의 연기를 유오성은 튀진 않지만 무게감 있는 연기력으로 붙잡아 줬다. 또한 <친구2>는 <친구>의 속편인 터라 기본적으로 ‘준석의 영화’인 만큼 준석 역할의 유오성은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뼈대 역할에도 충실했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영화 막바지에 드러나는 숨겨진 비밀, 비로 김우빈의 아버지가 누군가가 밝혀지는 시점이다. 엄청난 스포일러일 수 있는 데 이 부분은 이미 영화 홍보 과정에서 다 알려져 버렸다. ‘김우빈의 역할이 장동건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서 김우빈과 유오성은 서로 그 사실을 모른 채 인연을 이어간다. 그리고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둘 다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김우빈이 장동건의 아들로서 유오성을 만나는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유오성의 차량에서 짧은 만남이 전부다. 물론 그 짧은 만남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울림을 갖고 있지만 이미 김우빈이 장동건의 아들임을 다 알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겐 그 울림이 그리 크게 전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비밀은 실제로 전편 <친구>에서 장동건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유오성이 내렸는지 여부다. 어느 정도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은 <친구2>에 실려 있다. 끝까지 당시 유오성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여전히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장동건이 누구에 의해 그리 참혹하게 살해당했는지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영화 <친구2>의 줄거리는 이준석(유오성 분)이 17년 만에 출소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미 조직을 은기(정호빈 분)가 장악한 상태에서 준석은 아버지가 일군 조직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최성훈(김우빈 분)이 준석 쪽 패거리의 행동대장이 돼 은기 측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성훈이 죽은 동수(장동건 분)의 아들이라는 숨겨진 비밀이 준석과 성훈의 굳건한 관계를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사실 <친구2>의 결정적 약점은 아쉬운 결말에 있다. 너무 열려 있는 결말이 두 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에 빠져 있던 관객들에게 ‘이게 뭐야?’하는 의아함만 갖게 만들어 버리는 측면이 강하다. 항간에선 <친구3>를 제작하기 위한 의도적인 결말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친구3>가 제작될 것이라는 얘긴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