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에 제작된 독일 영화로 장르는 재난 영화다. 러닝타임은 90분. 감독은 <위기의 베를린>(2010), <더 크라운>(2005) 등을 연출한 세바스티앙 비그이고 주연배우는 리아네 포레스티에리(니나 티만 역)와 마르코 기른트(토마스 야코비 역)다. 그리고 주요 조연배우로는 미카엘 로트 (디터 비젤 역), 에크란 두르마즈 (알리 우준 역) 크리스티안 그라쇼프(호르스트 티만 역) 올리버 스트릿젤(요제프 로터 역)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 역시 국내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제목이 변해 심하게 과장된 재난 영화다. 이와 비슷한 영화로는 <2075 세계멸망> <201X> 등의 영화가 대표적인데 두 편 모두 한국 제목과 원제가 전혀 다르며 실제와 달리 엄청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로 잘못 알려진 영화들이다. <2075 세계멸망>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와 실사가 결합된 교육 영화이며, 영화 <투모로우>와 <2012>를 능가하는 초특급 재난영화로 알려진 영화 <201X>는 산속 스키장에서 벌어진 산사태를 다룬 영화다. 두 편 모두 재난영화이긴 하지만 엄청난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지구대참사>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이 영화의 영어제목 원제는 <gaping abyss>로 번역하면 ‘입을 떡 벌릴 만한 심연’ 정도다. 또 다른 영어 제목은 <Below the Earth's Surface>, 번역하면 ‘지표면 아래’다. 영화는 한 차례 붕괴 사고로 수많은 광부가 사망한 뒤 폐쇄된 폐광이 무너지면서 평온한 마을 이곳저곳의 지표면이 함몰되는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거듭된 함몰 사고가 결국 대형 병원의 함몰 위기로 이어지고 주인공 일행은 이런 대참사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물론 대참사를 다룬 재난 영화지만 지구의 위기라고 하긴 좀 그렇고 폐광 위의 마을이 겪는 위기라고 말하는 게 적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지구대참사>라는 제목이 붙어 재난의 규모를 과장해서 영화 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가 엄청난 위기에 빠지는 블록버스터 급 재난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 영화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영화 <지구대참사>는 애초부터 극장 상영용이 아닌 TV 방영용으로 독일에서 제작된 TV 영화다.
그렇지만 극장이 아닌 집에서 온라인 다운로드나 VOD 서비스를 통해 즐기기에는 충분히 좋은 영화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재난 영화에 스릴러 장르의 요소가 결합됐다. 마을 이곳저곳이 연이어 함몰되는 상황에서 대참사를 막기 위해 폐광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일행의 활약상을 놓고 보면 이 영화는 분명 재난 영화다. 그런데 폐광에 들어간 이후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영화는 밀실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 영화의 요소까지 가미된다. 폐광이 밀실치곤 다소 넓은 공간이지만 재난을 막기 위해 들어간 여섯 명만 존재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선 분명 밀실 살인사건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재난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한 명의 배신자(살인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며 의심하는 과정은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 재난 영화가 주는 스릴러 요소의 덤이랄까.
@ 줄거리
영화는 어느 늦은 밤 동네 호수에서 나체로 수영을 즐기는 한 연인의 행복한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갑자기 호수 중앙에 균열이 생기면서 무너져 내리면서 호수의 물이 모두 지하로 빨려 들어간다. 당연히 나체 수영을 즐기던 연인은 사망한다.
다음 날 이와 비슷한 함몰 사고가 몇 건 더 벌어진다. 갑자기 땅이 무너져 내리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지질학자인 니나는 폐쇄된 도시 지하의 옛 갱도가 메워지지 않아서 곧 연쇄적인 지반 붕괴가 일어날 것을 예측한다. 그렇지만 폐광을 운영했던 기업체인 몬탄 에너지 측은 이미 엄청난 비용을 들여 폐광 터널을 모두 메워놨기 때문에 무너질 리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몬탄 에너지의 후원을 받는 관련 학자나 구급대 등도 모두 같은 입장을 보인다.
그럼에도 니나는 연쇄적인 지표면 함몰 사고가 결국 대형 병원까지 무너지는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결국 니나가 생각해낸 방법은 직접 폐광으로 들어가 다른 방향으로의 폭발을 유도해 병원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에 니나는 과거 폐광의 광부였던 요제프와 알리, 그리고 비첼 등에게 함께 폐광으로 내려갈 것을 부탁한다. 과거 이들은 폐광이 된 퍼스낸탈 광산에서 니나의 부친 호르스트와 니나의 오빠 등과 함께 팀을 이뤄 일했던 이들이다. 퍼스낸탈 광산 붕괴 사고 당시 매몰됐던 이들은 힘겹게 탈출에 성공했고 이 과정에서 비첼은 퍼스낸탈의 영웅이 됐지만 아쉽게도 니나의 오빠는 사망했다.
폭발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니나는 옛 연인이던 토마스에게 함께 내려갈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이들의 계획을 알게 된 이들의 팀장인 니나의 아버지 호르스트까지 합류한다. 그렇게 여섯 명이 병원이 무너지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 폐광으로 내려간다. 그렇지만 폐광 여기저기로 서로 흩어져 필요한 장비를 찾는 과정에서 요제프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분명 범인은 나머지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다. 게다가 요제프가 살해당한 이유가 그가 과거 퍼스낸탈 광산 붕괴 사고의 비밀을 알아냈기 때문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간다.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스토리의 재난영화를 원한다면 클릭
TV 영화로 제작된 만큼 영화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엄청난 CG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는 아니라는 얘기. 그렇지만 영화 자체는 탄탄하다. 대참사를 막기 위해 폐광으로 들어가는 과거 광부들의 헌신적인 모습, 과거 광산 붕괴 사고의 후유증으로 헤어진 옛 연인이 다시 만나 사랑을 일궈가는 로맨틱한 요소, 그리고 폐광에서의 얘기치 못한 살인 사건으로 인해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밀실 살인사건의 스릴러 요소 등이 잘 맞물려 한 편의 영화로 완성됐다. 외국에서 TV 영화로 제작된 재난영화들이 영화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여러 편 소개됐는데 그 가운데에선 가장 볼 만한 영화에 속한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1500원
다만 TV 영화의 한계는 분명하다. CG가 비교적 허술하며 주된 촬영지인 폐광 세트 역시 정교하진 않다. 밀실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스릴러적인 요소도 허술한 대목이 자주 발견된다. 특히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부분이 가장 눈에 걸린다. 특히 수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 니나와 토마스가 서로 어색하게 놀라는 장면에서는 발연기에 가깝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따라서 극장을 찾아 관람할 영화로는 절대 추천작이 못된다. 그렇지만 TV 영화로서는 만족할 만하다. 온라인 다운로드나 TV VOD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관람하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라고는 추천할 만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