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권 : 쾌청, 훈풍 예상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바퀴가 구를 수 있는 회전력을 한 번에 얻었다. 이제 김 의원에겐 사람들이 모일 일만 남은 것 같다. 여의도에 큰 축이 세워진 셈이다. 이 축을 중심으로 세력이 돌기 시작할 것이다. 김무성 독주를 막고 싶었던 청와대로선 낭패감이 클 것이다. 그러잖아도 철도파업 해결사로 김 의원이 등장한 것을 두고 청와대 쪽에선 ‘아뿔싸’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민주당이 철도파업 해결의 여당 파트너로 김 의원을 지목하기까지 3명이 고사했다는 전언이다. 황우여 당 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 강석호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를 돌고 돌아 김 의원에게 공이 갔다. 이런 이야기까지 회자하면서 “김무성은 운도 좋고 감도 좋다”는 극찬 일변도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의 말은 이랬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마디로 해바라기형이다. 햇빛이 가는 쪽으로 고개가 쏠린다. 지시를 하달 받는 수동형이다. 문제는 바닥의 의견을 듣고 모아 청와대를 설득하는, 적극적 능동적 비판적 인사가 지도부에 단 한명도 없다는 데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철도파업 협상안을 들고 청와대 설득작전에 나섰다. 일각에선 전리품만 챙겼다, 숟가락 하나 얹어 주인공이 됐다고 비판하지만 타이밍을 읽는 것도 정치력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본다.”
‘김무성 무용담’이 크게 회자하는 것은 서청원 기대효과라는 불씨를 꺼버린 데 있다. 정치권 호사가들은 만약 서청원 의원이 해결사로 나섰다면 공천 잡음도 없애면서 친박계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주요한 사건이 됐을 것이라 말한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서 의원에게 기대했던 것은 이런 막후 책사 역할이었을 것”이라며 “박근혜 리모컨이 앞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 최경환권 : 스콜, 비바람 동반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막판 자신의 지역구 ‘쪽지예산’ 파문으로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선 청와대 눈치만 봤다는 비판에, 지역구 예산이 깎인 의원들에게선 “제 잇속 챙기려다 쪽지예산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쪽지예산 파 환 예산’이 회자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친박 예산’, ‘실세 예산’으로 프레임 하지 않아 여론의 공분을 크게 사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란 말도 나왔다.
최 원내대표에게 이번 예산국회가 ‘스콜(열대성 호우)’이었던 것은 비와 바람이 동시에 불었던 탓이다. 우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최 원내대표의 지역구 예산인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 130억 원 불법 증액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회의가 정회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본회의장은 공개석상이다. 야당 의원이 여당 원내대표를 앞에 두고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예의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며 “야당 의원 개인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흔든 것으로 최 원내대표로선 크게 망신당한 셈”이라고 전했다.
강풍까지 동반된 것은 김무성 의원 탓(?)이 컸다. 김 의원이 철도파업 해결에 나섰을 때 최 원내대표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지적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민주당 쪽 카운터파트너가 박기춘 사무총장이던 것도 최 원내대표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이는데 한몫했다.
# 유승민권 : 흐림, 당분간 흐림
일요신문 DB
지난해 마지막 일요일인 12월 29일, 새누리당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했던 유 의원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노선인데 거기만 떼어주고 경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정부의 정책부터 잘못됐다”고 청와대를 겨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내부적으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며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대통령을 잘못 이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유 의원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김무성 의원의 중재로 철도파업이 해결됐다. 유 의원으로선 타이밍을 놓친 실언이 됐고, 그 스스로 본인의 약점을 부각시킨 꼴이 됐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의 지적은 이랬다.
“사실 철도파업은 확장국면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습국면이었다. 그런데 유 의원의 바른소리, 쓴소리는 확장국면에서 부각될 때는 효과가 있었다. 공론화되면서 여론의 향배를 지켜봐야 하는 폭발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소 뜬금없이, 느닷없이 나왔다. 언론에 대서특필됐지만, 반향은 없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유 의원 스스로 약점을 내보인 꼴이다. 결국 의논할 주변부가 없이 독자적 판단에서 내지르고 있다는 것 아니냐.”
유 의원 발언은 야권과도 교감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론자’ 이미지마저 김무성 의원에 가려 상쇄됐다는 비판까지도 들리기 시작했다.
유 의원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후문이다. 당시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는 자청했다기보다는 당에 떠밀려 만들어진 측면이 컸다. 칩거하는 유 의원을 만나게 해달라는 기자단의 요구가 꾸준했다. 그러다 연말까지 왔고 마지막 일요일 오찬 자리가 정해졌다. 반주가 나왔고 화기애애했다. 기자들이 철도파업과 관련한 질문을 했는데 유 의원이 몇 차례 사양하다가 생각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박근혜’가 뿌연 상황 속에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 의원으로선 그동안 쌓아왔던 쓴소리의 위력을 잃은 점심이 됐다.
# 황우여권 : 무관심의 짙은 안개
이종현 기자
지난 12월 19일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대선 1주년 기념식’ 분위기는 황 대표가 대표로서의 위력을 잃은 단면을 보여줬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오·만찬장과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다른 관계자는 “힘 있는 당 대표와 지도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당시 당 기념식에는 황 대표와 김용준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겸 대통령직인수위원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정몽준·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등이 모였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상돈 이준석 전 비대위원,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덕담 자리에서는 몇 차례 쓴소리까지 등장했다. 대선 승리 1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라기엔 분위기가 씁쓸했다고 전해진다.
이미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차기 국회의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파다하다. 그래서 지난해 당 일각에서 제기한 파행국회에 대한 ‘당 지도부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조기 전당대회 이야기가 나왔을 땐 오히려 일각에서 “황 대표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황 대표는 말을 아꼈다. 황 대표가 물러나 조기 전대가 치러지면 황 대표는 자연스럽게 국회의장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현 지도부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면 선거 결과에 따라 그에게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의 위상 저하를 큰 사건으로도 보지 않는 눈치다. 지난 12월 23일 황 대표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의 오찬 회동이 있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황 대표 일정을 알리는 메시지를 자주 번복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의료계 신년하례회 참석 일정이 취소됐다. 이에 앞서 12월엔 개헌 추진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 일정도 취소됐다. 청소년 야외활동 국제포럼 일정도 그랬다. 황 대표에 대해 “약속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는 이유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