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왼쪽)과 조한승 9단의 대국 모습.
중반까지 흑의 ‘선착의 효’는 유지되었다. 흑이 줄곧 약간 리드하는 가운데 종반 초입, 조 9단이 능기인 ‘두터운 마무리’로 작전을 바꾸자 이세돌이 틈을 비집고 승부수를 터뜨렸다. 모두들 승부수가 통하는 걸로 보았다. 통하면 역전이었다.
그러나 조한승은 국수전에서는 특히 힘을 낸다는 소문이 무색하지 않게 정확무비한 수읽기로 받아쳐 거꾸로 차이를 벌렸다. 승부수가 불발로 그치면서 이세돌은 오히려 손해를 보았고, 잠시 후 돌을 거두었다.
“흑이 <2도> 1로 끊으면 백2에서 4로 몹니다. 백는 다름 아닌 축머리입니다. <1도>에서 흑10으로 B에 두었으면 백11 같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백이 10 자리에 꼬부리면 흑은 백을 놓고 따내야 합니다. 그런 끝내기를 당하면 승부는 모르게 됩니다. 이 9단이 수를 만들어내네요. 또 <3도> 흑1로 늦추거나 A로 잇든가 하면 백2에서 4로 차단해 이건 정말 크게 걸릴 것 같네요. 아무튼 미세한 국면이어서 흑도 물러서면 안 되는데… 달리 버티는 수가 있을까요. 버틴다면 <1도>에서 A로 밀어 올리는 건데…”
목 9단은 조 9단의 버팀수도 맞추었다. <4도> 흑1이다. 이 9단은 여기서 수가 났다고 본 것 같았다. 그러니 좌상 백2, 4는 아낄 게 없는 자리. 끝내기로는, 백2로는 그냥 4에 늘고 다음에 A로 젖히는 것을 보아야 하는 곳이지만. 백6으로 몰고 8로 뚫었다. “대역전!”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흑9, 국수전에 유난히 강한 조한승의 수읽기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찾아낸 빛나는 젖힘이었고, 이걸로 백의 사전공작과 노림과 승부수는 모두 불발이었다.
<5도>는 실전진행. 백1로 잇자 흑2로 끊는다. 백3으로 뚫자 흑도 4로 뚫는다. 백5로 이쪽을 끊자 흑6으로 저쪽을 잇는다. 백7로 살아가자 흑도 8에 잇고 10으로 뚫어, 대마는 끊겼지만 따로 살았다. 위에 있는 백도, 아래에 있는 백 도 달아날 수 없다. 그런데 흑가 왜 빛나는 것인지. 이렇게 젖히지 않고, 안전하게 둔다고 A에 늘었다면, 그게 안전한 게 아니라, 백7이 놓인 상항에서는 백가 B로 살아가는 수가 있었던 것. 백은 수를 낼 뻔했으나 결과는 손해였다. 흑은 쌈지를 떴지만 그래도 와 를 잡은 것이 4집이고, 애초에 백이 밀면 좋은 자리였던 - 를 거꾸로 차지한데다가 아래쪽에 백이 한두 집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없앴다. 백은? 한 게 없다. 근소한 차이의 국면에서 이 손해는 치명적이었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