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10분과 마지막 10분만 봐도 무리가 없을 영화.'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이 영화의 관련 댓글이,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정확한 평가일 수도 있다. 그만큼 영화는 내내 평온하고 조금은 지루하게 진행된다. 그렇지만 기자는 이런 평가에 반대한다. 영화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정말 처음 10분과 마지막 10분만 봐도 되는 영화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머지 86분 동안 영화는 또 다른 다양한 메시지를 매우 조용히 던져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루할 만큼 평온한 영화의 흐름이 은밀히 던지는 이런 메시지에 다가가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진정한 장점인지도 모른다. 지난 2012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지난해 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특별언급을 수상했다. 거장 구스 반 산트가 연출했고 맷 데이먼이 주인공이다. 한국에선 지난 2013년 12월 12일 개봉했으며 러닝 타임은 106분이다.
막판 반전이 나름 돋보이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전이라는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한계다. 주인공 스티브(맷 데이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 직원으로 천연가스 매장 지역인 맥킨리로 파견돼 주민들의 개발 동의를 얻어야 한다. 회사 내에서의 성공을 위해 스티브는 반드시 개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천연가스 개발에 반대하는 이들과의 대립이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언젠가 스티브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천연가스 개발에 반대하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 관건은 어떤 계기를 통해 입장 변화가 생길지인데, 기막힌 막판 반전이 이 부분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계기이건 스티브의 변화는 예상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결코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평소 연출 철학을 잘 모르고 이 영화가 지난해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이었음을 모를지라도 영화를 보면 ‘결국은 환경 보호를 얘기하려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만약 비정한 비즈니스맨의 세계를 그린 영화라면 스티브가 개발 동의를 받는 데 성공하고 끝이 나겠지만 배경부터 비즈니스맨들의 세계인 도시가 아닌 평온한 시골 마을이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며 지루한 86분가량 가장 감탄한 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개발 방식의 차이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이런 개발의 주체는 국가가 아닌 대기업이다. 개발되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이며 금전적인 보상을 바탕으로 개발 동의서에 사인을 받는 과정 역시 유사하다. 그렇지만 이런 정상적인 방식으로만 100% 개발 동의를 받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때의 대처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국에선 종종 개발 주체가 용역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된다. 반면 미국에선 이런 일은 없나보다. 그렇지만 영화의 막판 반전에서 드러나듯 미국의 글로벌한 대기업들 역시 100% 개발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방식을 사용한다. 한국처럼 폭력이나 협박 등의 강제성이 동원되진 않지만 세계적인 기업체는 훨씬 더 치사(내지는 치밀)하고 악의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바로 결국 이런 부분이 스티브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 낸다.
@ 줄거리
첫 장면은 도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비즈니스 미팅으로 영화가 시작되는 데 그 자리는 스티브 버틀러(맷 데이먼 분)에게 매우 중요한 자리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의 최연소 부사장인 스티브는 개발 사업에서 협상 무패의 기록을 갖고 있는 데다 협상 가격도 다른 직원들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다. 이제 뉴욕 본사 입성을 앞둔 스티브의 마지막 현장 파견 미션은 천연가스 매장 지역인 맥킨리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경기 하락으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이어서 손쉽게 주민 동의를 얻고 뉴욕 본사에 입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스티브는 동료 수 토마슨(프란시스 맥도맨드)과 함께 지역 주민들을 만나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유명 학자 출신으로 은퇴 이후 맥킨리 지역에서 과학 교사로 활동하며 주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랭크(할 홀브룩)가 천연가스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개발 여부를 묻는 마을 전체 투표를 제안된다. 게다가 환경운동가 더스틴(존 크래신스키)까지 가세한다. 그렇게 시작된 맥킨리 마을의 천연가스 개발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전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이야기 전개는 느리지만 진지하고 따스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클릭
조금은, 아니 어쩌면 다소 많이 지루한 영화일 수 있다. 천연가스 개발을 둘러싼 주민들의 선거전을 다루고 있으며,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다룬 영화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환경 영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인지 다소 느릿느릿하고 한가한 이야기 진행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만큼 빠른 이야기 전개를 원하는 관객들에겐 ‘초반 10분과 마지막 10분만 봐도 무리가 없을 영화’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구스 반 산트 감독과 맷 데이먼의 합작품인 영화 <굿 윌 헌팅>이 그랬듯이 이 영화는 다소 천천히 걸어가지만 진중하고 따스한 영화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특별언급에 빛나는 명작임에는 분명하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2500원
호불호가 분명한 영화인 만큼 높은 추천 가격 책정에는 한계가 있다. 이야기 구조가 너무 뻔하다는 부분 역시 분명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가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영화임을 모르고 볼지라도 언젠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티브가 환경 보호 쪽으로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반전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막판까지 자신이 소속된 회사 글로벌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스티브가 회사 입장과 다른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반전의 계기는 영화적으로 훌륭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미국 글로벌한 대기업들의 무시무시한 개발 사업 정책을 엿볼 수 있다는 부분 역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