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선 평점이 8.1이고 네이버에서도 8.26의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는 철저히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평점이다. 만약 온라인 다운로드나 TV VOD 서비스를 통해 이 영화를 볼까 생각중인 이들이라면, 기자는 강하게 만류하고 싶다. 극장이 아닌 온라인 다운로드나 TV VOD 서비스를 통해 <그래비티>를 관람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평점은 낮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래비티>는 철저하게 극장용, 그것도 3D, 이왕이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3D로 관람하도록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국내 극장에선 지난 10월 17일에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90분이다.
그냥 컴퓨터 모니터나 TV로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지루할 수 있으며, 너무 느린 이야기 전개에 속이 터질 수도 있다. 영화 자체가 별다른 스토리가 없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가 배경인 만큼 배우들의 움직임도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다. 게다가 출연 배우도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뿐이다. 영화 정보에는 이들 외에도 에드 해리스, 에릭 미쉘즈, 바셔 세비지 등이 조연 배우로 기재돼 있지만 이들은 목소리만 출연했을 뿐이다. 영화 초반엔 몇몇 다른 배우들이 잠깐 등장하지만 곧 주검이 된다. 결국 <그래비티>는 우주 공간에서 조난을 당해 대부분의 우주인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단 두 명,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가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영화 중반분 이후에는 등장인물이 산드라 블록 한 명뿐이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하나 같이 열광했다. 그것도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3D로 관람했다면 더더욱 열광했다. 마치 본인이 우주 공간에 주인공들과 함께 떠 있는 것 같은 간접 체험을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촬영 기법이 무척 궁금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마치 실제로 우주에서 무중력 상태로 촬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는 스튜디오에서 수십 개의 와이어에 매달려서 무중력 상태에서의 연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사실상 두 배우가 엄청난 생고생으로 무중력 상태를 완성해낸 셈이다.
그렇지만 TV로 이 영화를 본다면 이런 생생한 체험은 전혀 불가능하다. 3D TV로도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이 영화를 관람하며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상영관이 몇 남지 않았지만 극장을 찾기 바란다. 영화의 특성으로 인해 아직도 몇몇 3D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줄거리
줄거리는 매우 간단한 영화다. 지구로부터 600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는 러시아 인공위성이 폭파돼 그 잔해가 허블 우주망원경과 우주선을 덮치는 사고를 당한다. 이로 인해 함께 작업하던 동료들이 대부분 사망하고 우주선 조종사 매트(조지 클루니 분)와 단 둘이 남게 된다.
소리도 산소도 없고 당연히 중력도 없는 우주.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조난당한 이들은 사력을 다해 지구 귀환을 시도한다. 망망대해에서 배가 침몰해 조난당한 상황보다도 훨씬 절박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우주를 자유 유영해서 우주정거장 등으로 향해 보지만 이미 대부분의 우주 시설은 인공위성 폭파 잔해로 인해 파괴돼 있으며 지구와의 교신도 끊기고 만다.
최초의 우주 재난영화인 <그래비티>는 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영화다. ‘우주에서 조난당한 뒤 어렵게 지구로 귀환한다’는 한 문장으로 줄거리가 요약될 정도니까. 이런 간단한 이야기 구조로 90분의 러닝타임이 채워져 있어 이야기 흐름은 자칫 지루할 수 있다. 스톤 박사가 우주에서의 조난 과정을 통해 개인적인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리 큰 이야깃거리는 아니다. 결국 내용이 재밌어서 보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집에 3D 지원 아이맥스 상영관을 갖췄다면 클릭
극장에서의 관람이 아니라면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극장에서의 관람 역시 3D가 아니면 별 의미가 없으며 제대로 즐기려면 아이맥스 상영관처럼 3D를 위해 특화된 상영관에서의 관람을 추천한다. 온라인 다운로드나 TV VOD 서비스를 통해 <그래비티>를 관람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집에 갖춰진 장비를 먼저 챙겨봐야 한다. 최소한 집에 3D 지원이 되는 아이맥스 상영관을 갖춘 이들이라면 다운받아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누가 집에 아이맥스 상영관을 갖추고 살겠는가? 결국 다운받지 말라는 얘기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0원
온라인 다운로드나 TV VOD 서비스를 통해서 즐길 영화가 아닌 만큼 추천 가격도 0원이다. 행여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한 이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해도 다운받지 말아야 한다. 극장에서 본 <그래비티>와 집에서 본 <그래비티>는 결코 같은 영화일 수 없기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이들의 대화에 제대로 끼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의 핵심은, <그래비티>를 관람하고 싶다면 일부 극장에서라도 제한적으로 상영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