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패밀리>, 원제는 <The Family>로 제목처럼 한 가족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제목처럼 이들 가족이 참 위험하긴 한데, 또 어떤 측면에선 참으로 불쌍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불쌍한 패밀리>가 더 정확한 제목일 수 있다.
<위험한 패밀리>는 장르부터 다소 불분명하다. 구분은 액션과 코미디로 돼 있지만 그다지 액션이 돋보이거나 웃긴 영화는 아니다. 가족 영화로도 분류할 수 있지만 결코 평범한 가족 얘기는 아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전직 마피아인 만큼 마피아 갱 영화로도 보이지만 정통 갱 영화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이처럼 장르 구분조차 모호한 이 영화의 힘은 가족 네 명의 캐릭터다. 그만큼 네 명의 배우가 모두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로버트 드 니로와 미셸 파이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저력이 각각의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는 1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외딴 주택가에 도착하는 데 그곳이 이들이 새로 살 집이다. 자신들이 구한 집이 아닌 누군가가 마련해 놓은 집을 주소만 보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사하고 있는 가족들, 사실 이들은 미국 사법당국의 증인보호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전직 마피아 보스였던 지오반니 만조니(로버트 드 니로 분)는 FBI에 자신의 조직을 밀고한 뒤 증인보호프로그램의 보호를 받고 있다. 당연히 만조니의 밀고를 배신으로 규정한 마피아 조직은 현상금을 내걸고 킬러들을 풀어 만조니의 가족을 뒤쫓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인근의 한 한적한 시골마을에 정착한 만조니는 ‘프레드 블레이크’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그의 가족들 역시 모두 ‘만조니’가 아닌 ‘블레이크’라는 성을 쓰며 살아간다. 로버트 스탠스필드(토미 리 존스 분)를 비롯한 FBI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들 가족은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이들의 행적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마피아 조직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삶을 조용히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프레드(로버트 드 니로 분)는 전직 마피아 보스답게 욱하는 성질을 버리지 못하고 자주 사고를 친다. 이들이 급히 이사를 떠난 것 역시 프레드가 전에 살던 마을에서 욱하는 성격 때문에 말썽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도 여전히 프레드는 욱하는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프레드는 마피아 보스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는 회고록까지 쓰기 시작해 그를 감시 보호해야 하는 로버트를 골치 아프게 만든다.
부인 매기(미셸 파이퍼 분)는 비교적 현실적인 여성이다. 그렇지만 그 역시 전직 마피아의 부인답게 한 번 욱하면 프레드 못지 않은 사고를 치곤 한다. 조용히 살아보려고 성당을 찾아 고해성사도 해보지만 그나마 쉽지가 않다.
큰 딸 벨(디애나 애그론 분)은 한창 사춘기를 보내며 도망만 다니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벨은 도망만 다니는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사랑뿐이라고 여기지만 사랑 역시 쉽지가 않다. 어찌 보면 10대에게 가장 어려움 일이 사랑일 수도 있다.
막내아들 워렌(존 드레오 분)은 전직 마피아 보스의 아들답게 몸속에 흐르는 마피아의 피를 주체하지 못한다. 전학 오자마자 단 며칠 만에 학교 뒷골목을 접수한 워렌은 불법 담배 판매 등으로 은밀히 돈까지 벌기 시작한다.
결국 이들 네 명은 모두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지 못한 채 각자의 사연으로 크고 작은 위기에 휘말린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드디어 이들이 숨어 있는 곳을 파악한 마피아 조직이 조용한 프랑스 시골마을로 찾아온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초토화될 위기를 이 위험한 패밀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기본적으로 추천작은 아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미셸 파이퍼를 좋아하고 뤽 베송 감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볼 만할 것이다.
2. 이 영화는 대개의 범죄 액션 영화가 끝난 뒤를 다루고 있다. 마피아 조직의 보스였던 이가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증인보호프로그램을 신청해 결정적 증언을 한 이들이 재판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3. 할리우드 신예 스타인 디애나 애그론와 존 드레오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강추다. 스타 등극이 유력해 보이는 신인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랄까.
말까?
1. 기본적으로 흥미진진하거나 코믹한 영화는 아니다. 극장 관람을 추천할 요소도 많지 않은 영화다.
2. 다소 황당한 설정이 넘쳐 나는 것도 한계다. 장면 장면은 코미디가 아닌데 마피아 조직이 숨어 있는 만조니 가족을 찾아내는 과정 등 이야기의 큰 얼개에선 코믹한 요소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이야기 구조 전체가 흐트러진 느낌이다.
3. 마피아가 나오는 정통 갱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비추다. 갱 영화 속 멋진 갱단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