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서청원, 당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는 친박계 핵심.’
요즘 차기 원내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홍문종 당 사무총장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5선의 남경필 의원, 4선의 이주영 의원(여의도연구원장)까지 하면 3파전이 된다.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청와대와의 조율이 끝났다’느니, ‘청와대 오더’라느니 하는 말들과 함께 향후 당직 개편안이 나돌고 있다. 소문의 중심에 있는 서청원 의원, 김무성 의원,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왼쪽부터). 일요신문 DB
지난해 5월, 최경환-이주영 원내대표 경선은 예상을 깨고 8표차 진땀승이었다. 당내 절대다수가 친박계임에도 최경환 카드에는 반기를 든 것이다. 당시 최 원내대표는 100표 이상의 압승을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당이 제 목소리를 내고 청와대에 직언하겠다고 공약했던 최 원내대표는 지난 7개월간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니 이주영 의원이 재도전에 나서면 그쪽으로 쏠릴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앞서의 관계자가 홍문종 카드가 마뜩찮다고 평가한 것은 이 의원과 붙었을 때 그만큼 이길 확률이 낮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5년 임기 국회의 3년차다. 당으로선 남경필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앞으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질수록 당으로는 이득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지지도가 떨어질 일만 남은 것이고 당으로선 표를 얻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데 답은 ‘당·청 간 거리두기’가 아닐까. 자기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남 의원으로선 청와대에 각을 세울 것이다. 당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의원들도 편하다. 할 말은 하고, 시키는 일 중에도 하기 싫은 것은 안 해도 되니까. 반면 청와대로선 홍문종 카드가 안 된다면 이주영을 선택하는 것이 낫겠지. 이 의원을 거물급 정치인으로 보기 어렵고 나이도 있는 데다 스타일상 쉽게 (청와대에) 대들지도 않을 거다. 청와대가 다루기 편하겠지.”
이 와중에 홍문종 사무총장의 정치력도 도마에 올라 원내대표 자리에서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정치개혁특위까지 만들어 논의 중인 가운데 느닷없이 ‘기초의회 폐지’ 논란이 일었다. 홍 사무총장은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것에 대해 “당론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가 파장이 부정적으로 번지자 다음날 “새누리당에서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천제를 비롯한 어떤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번복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홍 총장이 불을 끄느라 애를 먹었다. 기초의회 폐지는 꽤 오래전에 올라왔던 안인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하려다 불을 덮어쓴 케이스”라며 “애드벌룬을 띄워 여론을 살피려다 타 죽을 뻔했다”고 귀띔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원내대표 권한이 지나치게 커 문제가 많다”며 “이런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여럿 계신데 의중을 모아봐야겠다”고 했다. 원내대표 공약 중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쪽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선 ‘서청원 대 황우여’ 대결이 점쳐진다. 새누리당에서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치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조기 전당대회는 시기상 불가능해져 ‘8월 전당대회’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황 대표가 조기에 물러나 국회의장직 도전을 선언하면 서 의원과 붙을 가능성이 크다. 강창희 국회의장 체제에서 보듯 친박계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숨은 역할이 많다. 당 대표를 두고 김무성 의원과 싸우기보다는 입법부를 장악해 친박계를 거중조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셈이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당 대표의 권한이 줄어들었다.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를 친박계가 장악하면 된다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에게 쉽게 자리를 안길 수는 없다는 점에서 누군가 출전을 해야 하는데 최경환 원내대표가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겠는가. 국회 상임위원장을 하기에는 당직을 맡을 수 있는 친박 핵심이 너무 없다. 그런데 최 원내대표가 나오면 최고위원을 노리는 TK(대구·경북) 의원들이 표가 쪼개진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만약 김무성 의원에게 큰 표차로 지면 그 상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최 원내대표 고민이 클 것 같다.”
선거 ‘전쟁’에서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에 외부 명망가 영입 작업이 시작됐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극심한 인물난이 예상된다. 대선전에서 비대위에 합류했던 외부 인사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전 비대위원들은 요즘 각자가 위치한 자리에서 새누리당 비판 일변도다.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아무 역할을 맡지 못했다. 일각에선 “지는 싸움인데 선수로 나서겠다는 사람이 어디 많겠느냐”며 “이기면 인지도를 한 번에 올릴 수도 있지만 쪽박 찰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어지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탈자가 생길 수 있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나 이재오 의원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영입설이 나오면서 안 의원이 인재 영입에 정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새누리당은 자리를 두고 내부 신경전과 물밑 경쟁 이야기가 끊임이 없다. 가상이라지만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새누리당을 턱밑까지 추격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총구를 밖으로 돌려야 할 땐데….”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