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청와대
하지만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정책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이름이 비슷한 데서도 알 수 있듯, 박 대통령이 이번에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 즉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 역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또 당장 올해부터 집행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설계도 수준이었던 대선 당시의 근혜노믹스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27개 후속조치를 정리했는데, 그 중 15개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관련 조치들이다. 모두 주관부처가 따로 정해져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른 부처들도 협력부처로 함께하도록 돼 있다. 그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성공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실행파일 형태의 계획답게 정책 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을 통해 박 대통령 임기 내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 달러를 실현하고 4만 달러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또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한편 잠재성장률도 4%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이 같은 목표는 7% 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실현 등을 내걸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에 빗대 ‘474 정책’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구상 발표 및 내외신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TV로 시청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인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2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힌 게 시발점이었다. 근혜노믹스를 실행에 옮길 야전 사령관이 스스로 ‘근혜노믹스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실토한 셈이다. 민주당은 즉각 “수립도 하지 않고 내용도 없는 아이디어 수준의 계획에 그럴싸한 포장을 씌워 신년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이라고 내놓은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문제는 현 부총리의 발언이 말실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경제정책 주무부처인 기재부가 기안한 게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각 부처에서 취합해 올린 여러 정책들을 청와대에서 종합하는 과정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구상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기재부를 중심으로 부랴부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공기업 개혁을 골자로 한 비정상의 정상화 역시 노동계와 야당, 시민단체 등의 강한 반발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서두르고 싶어도 여기저기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보다 근본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절정기였던 1960∼1970년대와 지금은 경제환경 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21세기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없애주는 것뿐인데, 규제를 없앤다고 꼭 투자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도 투자 활성화에 실패했다는 점은 이런 상황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신년 구상은 당면한 문제를 푸는 묘안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해 다시 한 번 총력전을 펼쳐 보자는 대국민 호소라고 보는 게 더 맞다”면서도 “국민들이 그 호소에 응답해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끝을 흐렸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