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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처음엔 말로 하려고 갔는데….”
송 씨 부인의 신고로 용의자 추적에 나섰던 전북 익산경찰서 강력 5팀은 사건 발생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지 씨를 체포했다. 체포된 지 씨는 새벽에 저지른 일에 본인도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익산경찰서 김근필 강력5팀장은 “송 씨의 지갑이 있는 것으로 미뤄 강도소행은 아닌 것 같았고, 원한 관계에 인한 살인사건으로 봤다”며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을 위주로 용의자 추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조사결과 숨진 송 씨와 피의자 지 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닌 오랜 친구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창시절 지 씨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일진’이었다. 그리고 숨진 송 씨는 ‘일진’이었던 지 씨 일행과 어울려 다니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둘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학창시절 나름 잘나간다 생각했던 지 씨는 노동일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던 반면, 송 씨는 익산 금마면에서 가스충전소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도 누리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5일 밤 10시께 지인 10여 명과 모임을 마치고 가스충전소로 돌아가던 송 씨는 인근 노래방 앞에서 형과 다투고 있던 친구 지 씨를 발견하게 된다. 오랜 시간 한 동네에 살면서 지 씨의 형과도 안면이 있었던 송 씨는 두 형제의 싸움을 나서서 말렸다. 이 과정에서 지 씨와 송 씨의 말다툼이 벌어졌다.
형과 싸우던 지 씨는 싸움을 말리는 송 씨에게 ‘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따졌고 이에 송 씨는 ‘건방지게 친형과 싸우느냐’고 응수했다. 말다툼 도중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진 지 씨와 송 씨는 2~3차례 손찌검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송 씨는 싸움을 말리다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 가스충전소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6일 새벽 1시께 화를 참지 못한 지 씨가 송 씨가 있는 가스충전소 사무실로 찾아왔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송 씨는 별안간 찾아온 지 씨와 또 한 차례 말다툼을 벌였다.
지 씨와 송 씨의 말다툼은 전날 있었던 싸움의 연장선상이었다. 그러다 송 씨가 여전히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지 씨는 주변에 있던 컴퓨터 연결선으로 송 씨의 목을 졸랐다. 송 씨는 결국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송 씨를 목 졸라 살해한 지 씨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사무실 안에 있는 CCTV를 떼어냈다. 그리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 연결선은 인근 도로에 유기했다.
그러나 지 씨는 사건 발생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경찰에 꼬리를 밟혔다. 익산경찰서 김근필 강력5팀장은 “피해자를 본 마지막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다 시비가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 그 중 지 씨가 핸드폰을 꺼놓고 집에도 없는 점을 미뤄 용의자로 특정하게 됐다”며 “지 씨의 차량이 수배되고 인근 CCTV확인 작업이 시작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 씨가 친형을 통해 자수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팀장은 “지 씨는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있던 상황이라 기억이 드문드문 했지만 자신이 벌인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며 “처음엔 따지러 갔다가 이 같은 일이 벌어져서 본인도 당황한 상태다. 지난 9일 사건이 벌어진 송 씨의 사무실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할 당시에도 지 씨가 많이 흐느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처벌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