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물론 정부도 그 문제를 들춰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제대로 다뤄야 한다는 의지도 있다. 그런데 국가R&D라는 게 인풋과 아웃풋을 계량화하기가 참 쉽지 않다. 어느 정도를 넣으면, 어느 정도 물건이 나온다고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연구자들은 ‘그렇게 쪼면 나올 것도 안 나온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물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그 예산을 쓰는 연구자들의 행위 자체가 문제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우리나라 국가R&D는 개별 연구과제에 따른 예산 투입이 아닌, 큰 주제별로 수주하는 프로젝트 베이스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과제에 이름만 올려놓고 돈을 받아가는 연구원이 많다. 해당 연구원에게 물어보면, 프로젝트 이름도 모르는 경우도 있더라. 또 연구비 내역 안에 경상비와 실제 연구비의 구분 자체도 모호하더라. 이 때문에 어떤 연구원들은 가짜 영수증까지 내더라. 국가R&D 생태계 자체가 문제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니 실제 연구 결과물의 질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실제 논문과 특허출원은 많지만, 실용화된 국가R&D 기술은 극히 일부다.
“이제 국가R&D는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팽창을 해야 한다. 국가R&D도 투입한 돈,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 민간 기업은 ‘돈이 될까’ 생각하는데, 국가 R&D는 그저 프로젝트 완성만 생각한다. 질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예산을 집행하는 연구자들 내부는 ‘기술마피아’라 불릴 만큼 학맥, 인맥으로 결속돼 있다.
“그렇다. 개혁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그 문제 때문에 안 되는 거다. 그 인맥, 학맥으로 예산을 나눠먹고 있다. 이것을 깨는 게 급선무다. 나도 국감에서 지적한 사안이다. 지방 연구자들은 매번 연구기획서를 제출해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SKY·KAIST 학맥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지역안배가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까.
“단순한 지역안배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보다는 연구 수주 심사과정에서 과제 책임자와 참여 연구원의 인적사항 중 출신학교를 블라인드 처리하면 된다. 기존 연구수행 이력을 통해 능력만 체크하면 된다.”
―일부 대학교수는 본인이 비상임이사로 활동하는 연구기관의 연구비를 타먹는 경우도 있던데.
“도덕적으로 말이 안 된다. 생선 지키는 고양이 꼴이고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이다. 그 문제는 나도 몇 차례 지적했고, 반드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가R&D 통합관리시스템을 제안했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말이 많다.
“사실 과거부터 시도됐고, 알고 있는 내용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이다. 현실적으로 R&D예산을 다루는 각 부처 각 기관이 이를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다. 그 틀을 깨는 것이 쉽진 않지만 이젠 냉정하게 아예 그것들을 다 뺏어버려야 한다. 또 이 시스템 하에 경쟁방식을 도입하고 관리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