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사옥에서 발견된 비밀금고 속 부외자금이 이재현 회장 개인용도로 사용됐는가를 두고 증인들의 엇갈린 발언으로 진실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이 회장이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는 모습. 구윤성 기자
앞서 지난 12월 30일 열린 3차 공판에서는 2005~2007년 CJ 재무2팀장을 지낸 이 아무개 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현 회장이 603억여 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재무2팀은 검찰이 이 회장의 부외자금 관리부서로 지목한 곳으로, 이 전 팀장은 이번 이 회장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팀장은 “CJ사옥 14층 이 회장의 집무실 옆에 비밀금고가 있는데, 그곳에 쌓아뒀던 돈은 이 회장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회사 자금으로 보관된 돈은 전혀 없었다”며 “조성된 부외자금은 이 회장 차량, 와인, 미술품 등의 구매대금과 장충동 자택 유지비, 이 회장과 일가족의 카드대금과 생활비 등에 사용됐다”고 증언했다.
지난 7일, 4차 공판에서는 역시 재무2팀장으로 일한 서 아무개 씨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왔다. 서 전 팀장은 2004~2005년 재무2팀장으로 근무했으며, 3차 공판 증인으로 나온 이 전 팀장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한 전임자였다.
서 전 팀장은 증인석에서 “이재현 회장이 회사돈으로 조성한 603억 원의 부외자금이 이 회장 개인자금이 아닌 공적자금으로 사용됐다”며 이 전 팀장과는 상반된 증언을 했다. 그는 “후임자인 이 전 팀장에게 부외자금이 이 회장의 개인재산이라는 취지로 말해준 적이 없다”며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을 매각해 마련한 개인자금을 ‘손결산’, CJ제일제당에게 받은 부외자금을 ‘이결산’으로 구분해서 CJ 사옥 이 회장 집무실 옆 비밀금고에 따로 보관했기에 섞어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이 회장이 그림, 와인, 차량구입비, 임직원격려금 등으로 사용한 돈은 부외자금이 아닌 모두 개인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일계표 최종 결산을 할 때 이결산 부분에 부수적으로 손결산 부분까지 함께 보이도록 장부상에서 같이 관리한 점은 있다고 덧붙였다. 만일 서 전 팀장의 증언이 맞는다면 이 회장은 603억 원이라는 거액의 그룹 공적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서 전 팀장의 이러한 증언은 검찰 진술과 배치된다. 검찰 조사에서는 서 전 팀장 역시 “CJ제일제당에서 받은 자금을 이 회장 개인자산으로 관리했다”고 진술했기 때문. 또한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 중 하나인 일계표를 두고도 서 전 팀장이 검찰 조사 당시에는 이 회장의 개인자금 현황을 보여주는 서류라고 했다가, 공판에서는 공적자금을 보여주는 현금흐름표라고 번복했다.
이에 대해 서 전 팀장은 “검찰 조사 당시에는 증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어 검찰의 질문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며 “그 자리를 모면하고 싶어 부정확한 진술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 전 팀장의 해명에도 의문점은 남는다. 재판부와 검찰도 그러한 점을 지적했다. 손결산 자금이 차명주식을 매각한 개인재산이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면, 성격이 전혀 다른 공적자금인 이결산과 함께 합산해 관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 전 팀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되기 전부터 사용하던 일계표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언제 얼마가 들어왔고, 얼마가 나갔다는 것 이외에는 마땅히 기재할 것이 없어 따로 장부를 나눠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재무팀은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계산에 관한 한 철두철미하다. 성격이 다른 공적자금과 개인자금의 장부를 나누지 않고 합산해 회계처리하면 나중에 가서는 구분하기도 힘들다”며 “그들이 단지 이전부터 사용하던 방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금을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