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30초 남짓 짧은 분량의 이 영화는 박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과정을 짤막하게 요약하고 있다. 영상이 시작되면 ‘신’이라는 단어와 ‘1917 AD’란 단어가 등장한다. 1917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연도로 “1917년에 신이 태어났다”고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생가 사진이 등장하고 하늘에서는 유성이 끊임없이 떨어지는 등 화려한 탄생을 예고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화면은 이윽고 ‘1950년’으로 바뀌고 6·25 전쟁 발발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2초 남짓 지나서 곧바로 화면은 대구 계산동 성당으로 전환된다. 계산동 성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이윽고 두 사람의 결혼사진이 나타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이어지는 효과를 표현해낸다.
점점 중반으로 치닫는 영화는 1961년 5·16 쿠데타와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취임식 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는 일반인들이 유추하기 어려운 ‘God of Water(물의 신)’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취임 후 벌어졌던 새마을 운동, 경부고속도로 건설, 철강·정유 산업의 발달 등이 이어지고 ‘God of Fire(불의 신)’라는 다른 개념이 등장한다. 그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 사진이 이어지고, 현재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사진을 모셔두는 사찰들을 공개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정 사진을 보여주는 영화 말미에는 ‘God defend your country(신이 당신의 나라를 보호한다)’라는 문구가 있어 마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라를 보호한다”는 주장을 연상케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전 교수가 유튜브에 공개한 영화 <신이 된 대통령>. ‘박정희 신격화’ 비난에 대해 신 전 교수는 “그 어떤 정치적, 종교적 해석도 넣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일부 네티즌들은 <신이 된 대통령>이 세계 곳곳에 퍼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이 된 대통령>은 미국, 러시아, 독일 등 107개국에서 수만 명이 관람한 바 있다. 유튜브 특성상 세계 각국에서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기에 나타난 결과다. 한 네티즌은 “명색이 민주국가라는 곳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을 신에 비유하는 걸 세계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참…”이라면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영상의 끝에는 <신이 된 대통령>을 제목으로 한 책 표지가 소개되어 있어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 책 역시 신동욱 전 교수가 지난 6년 동안 집필해 온 책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 사진을 모시고 있는 전국 56개 사찰을 탐방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책의 소개에 따르면 “인간으로 태어나 신의 칭호를 드는 성인들과 6대 종교의 이야기를 박정희 대통령과 비교하며 유추하였고, 대구 계산성당의 박정희 육영수 결혼식을 근현대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바라보았다”라고 밝혀져 있다. 그러면서도 신 전 교수는 책의 결론에서 “정치와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로, 시대상황에 따라 융합돼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다”며 “박 전 대통령을 신으로 모시는 현상은 신격화된 우상화가 아니라 치적에 대한 존경이나 추모로 봐야 한다”고 맺고 있다.
하지만 영화와 책 모두 ‘박정희 신격화’라는 논란은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책 표지에서부터 “가난의 역사를 잠 깨운 박정희 그는 죽어서 신이 되었다”며 ‘박정희=신’이라는 암시를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3자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친인척이 직접 제작과 집필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발간되는 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박정희는 가치 전도를 가능케 하는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정희 신격화가 가속될수록 박정희의 잘못은 사라지고 치적만 부풀려질 것”이라며 “박정희를 신처럼 떠받치는 것은 그 맹목성에서 사이비 종교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