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또 거액당첨자가 생기면서 신분 노출을 피하 는 행동요령까지 인터넷에 등장했다. 사진은 판 매점 앞에서 로또용지에 기입하고 있는 사람들. | ||
그런데 정말 1등에 당첨됐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우선 인터넷 사이트부터 뒤져야 할 것 같다. 복권 당첨 시 지켜야할 당첨자 행동지침이 인터넷 사이트를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백7억’이나 되는 천문학적 당첨금을 수령한 1등 당첨자의 신분이 노출되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듯 본의 아니게 곤란에 처한 당첨자들이 생겨나면서 인터넷 행동지침 대부분은 신분노출 피하기와 당첨금 지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 퍼져있는 행동지침은 서너 개.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으로 ‘인생역전 로또 당첨 시 행동지침’, ‘요일별 행동수칙’, ‘미혼여성판 행동요령’ 등이 있다.
먼저 ‘행동지침’을 살펴보자.
첫째 당첨되면 무조건 잠적할 것. 둘째 당첨금은 한두 달 뒤에 받으러 갈 것. 당첨 이후 곧바로 은행에 가면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셋째 절대 기자회견이나 그 비슷한 것도 하지 말 것. 개인정보 유출이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넷째 휴대전화와 집 전화번호를 당장 바꿀 것. 다섯째 즉시 이사갈 것. 여섯째 최소한 한 달간 해외에 나가 있을 것. 일곱째 당첨 사실을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말 것. 혼자만 아는 게 최선책.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비밀로 할 것. 여덟째 당첨금 통장 비밀번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아홉째 표정관리를 잘 할 것. 괜히 히죽대지 말고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것.
▲토요일: 당첨사실 확인 후 가족회의를 하라. 일가친척 등 집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비밀 유지를 철저히 할 것.
▲일요일: 여권이 있는 사람은 비자없이 갈 수 있는 나라의 비행기표를 살 것. 여의치 않다면 일단 현재 거주지에서 멀리 벗어나라.
▲월요일: 회사원은 병가를 신청해 의심을 사지 말 것. 가족 여권과 비자를 신청한 후 은행에 가서 예금계좌를 개설하라. 가능하면 여러 개를 개설해 나중에 당첨금을 분산할 수 있도록 하라.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신청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하라. 은행 볼 일이 끝나면 이사할 아파트를 물색하되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할 것.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긴 걸 의심받지 않아야 한다.
▲화요일: 복권 당첨금을 수령하는 은행을 사전 답사하라. 방문객인 척 위장하고 계단이나 화장실 위치 등을 파악할 것.
▲수요일: 집 외에 도피처를 만들었다면 은행에 전화를 걸 것. 집 전화나 휴대폰을 절대 쓰지 말고 공중전화를 사용하라. 통화가 되면 며칠 날 돈을 찾으러 가겠다고 알린다. 이때 보안에 신경 써줄 것을 약속 받을 것. 만약 어기면 고소하겠다는 협박도 불사하라.
▲목요일: 그냥 도피처에 있으면서 당첨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차분히 계획을 세워라.
▲금요일: 미리 약속한 날짜를 피해 동행인을 앞세우고 불시에 은행에 찾아간다. 동행인은 화장실에 대기시키고 혼자 창구에 가서 신속히 당첨금을 수령한다. 이때 말은 최소한 줄이고 신분확인 시 담당자만 보게 할 것. 당첨금을 수령한 뒤 기자들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행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라. 화장실에서 동행인을 만난 뒤 신속히 옷을 갈아입고 나올 것. 택시를 타고 곧장 집으로 가면 기자에게 미행 당할 수 있으니까 가능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바꿔 타면서 따돌려라.
요일별 행동수칙에 따라 당첨금을 수령했다면 남은 수칙이 몇 가지 더 있다. 인터넷이나 폰뱅킹으로 미리 개설해둔 은행계좌에 돈을 분산해서 예치할 것. 감시카메라에 얼굴이 찍힐 수 있으니까 무인창구는 절대 이용하지 말 것. 이후 여권과 비자가 나오면 일부 돈을 찾아 해외로 잠적할 것 등이다.
일부 과장되거나 우스개 수준의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또복권 1등 당첨자 행동수칙에 대한 네티즌들 반응은 뜨겁다.
“헤~ 일단 부럽네여. 언론이나 다른 경로로 시달림을 당하더라도 일단 당첨되고픈 게 모든 사람의 바람 아닌가여?”(cej20th), “어떤 사람은 시달림이 너무 심해서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더라구여. 하지만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ttnr139), “(복권당첨 사실이 알려져) 시달리다 병나는 것보다 얌체행동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 같네요. 여유 있으면 나중에 기부도 하고 좋은 일 하고 살면 되죠. 나도 당첨되고 싶다”(soqury77).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홍보 관계자는 “당첨자 발표날인 토요일이 지나서 월요일 바로 은행에 찾아오는 사람보다 하루 이틀 정도 후에 은행을 찾아오는 1등 당첨자가 많았다. 아마 사전에 신분노출에 대해 철저히 교육받은 것같다. 가능하면 말도 적게 하고 자신의 직업을 숨긴다든지 정보가 될 만한 말을 거의 안하는 편”이라고 귀띔한다.
복권사업팀이 1등 당첨자에게 조언해주는 행동수칙이 있다. “좋은 일 뒤에 나쁜 일이 온다는 말이 있듯 평소처럼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 또 자금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돈을 규모 있게 쓰는 것이 현명하다. 저축, 채권 매입, 종신보험, 부동산 등으로 재산을 분산해 투자해야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당첨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충고가 그것.
박은경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