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박소영 씨(가명·35)는 약 10년 전부터 아마존 등을 비롯한 해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해온 원조 직구족이다. 박 씨는 “당시에도 해외배송 서비스를 했던 아마존에서 국내 미발매된 뮤지션의 CD, 번역되지 않은 원서를 주로 샀다”며 “우키요에(일본 에도시대의 풍속화)가 그려진 달력을 사서 지인에게 선물한 적도 있는데 받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당시엔 배송도 오래 걸리고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았지만 국내에 없는 제품을 구하려고 해외직구를 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직구 품목은 가전제품이다. 삼성전자의 60인치 LED TV를 아마존에선 1198달러(한화 127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국제배송료와 파손에 대한 보험료, 관부가세를 합해 45만 원을 지불하고도 국내 최저가 310만 원대와 비교해 138만 원가량 저렴하다. 국내 백화점에서 100만 원대를 호가하는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다운패딩을 세일 기간에 해외직구로 구입하면 70만 원대에 살 수 있다. 젊은 엄마들이 선호하는 랄프로렌 아동복도 직구로 구입하면 국내의 절반 정도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파는 고가의 가방도 직구를 이용하면 최고 40~6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일례로 DKNY의 소가죽 체인 가방을 해외 쇼핑몰에선 81달러(한화 약 8만 6000원)에 판다. 국내에선 같은 가방이 32만 원이다. 배송비 12달러를 더해도 3배 이상 저렴하다.
해외 직구 고수들은 다양한 세일 이벤트를 놓치지 않는다. 직구족들이 모이는 카페엔 관부가세 계산법, 불만신고 영작법 등 각종 쇼핑 팁들이 가득하다.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 등의 세일 시즌엔 최대 9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직구 고수들은 정기세일만 기다리지 않는다. 해외 사이트는 국내와 달리 실로 다양한 세일 이벤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간을 정해 할인 판매하는 ‘플래시 세일’ 반짝 세일인 ‘핫딜’ 미리 초대를 받아야 물건을 살 수 있는 ‘프라이빗 클럽’ 다른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면 적립금을 주는 적립 사이트 정보 등을 확보해 다른 직구족과 공유한다.
관세청이 제공한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동향>(2013.4) 통계지표에 의하면, 해외직구 규모는 2010년 2318억 원, 2011년 4020억 원, 2012년 5253억 원 등 해마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엔 1조 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2년 한 해의 직구 품목을 살펴보면 기타(229만 건)가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건강식품(135만 건) 화장품(57만 건) 의류(54만 건) 신발(34만 건) 순서로 집계됐다.
2011년 한-미 FTA 발효 이후론 미국 구매제품에 한해 원산지에 관계없이 미화 200달러까지 무관세가 적용된다. 국제배송료, 관세·부가세(제품 가격의 평균 20% 내외)를 모두 합해도 국내구매보다 해외직구가 더 저렴하다는 것이 직구 경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초심자의 경우 200달러 한도 내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관부가세를 물더라도 200달러를 넘겨 구매하는 사람들이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초기엔 가방 의류 신발 영양제 등에 한정됐던 것이 아동복 장난감 기저귀 같은 유아용품부터 주방용품 생필품 등을 거쳐 가전제품 가구 등 부피가 크고 무겁고 값비싼 제품 구입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구매를 하는 직구족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마존재팬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배송을 실시했다. 일어를 모르는 고객을 위해 페이지 뷰를 영어로 제공한다. 최근 엔화 약세 현상으로 가격이 낮아진데다가 지리적으로 가까워 배송기간도 짧다. 중국의 경우엔 디지털, 전자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해서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직구 역시 국내 온라인 쇼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 사이즈 오배송, 부속품 누락, 불량품 배송 등 다양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영어가 서툴면 교환, 반품도 까다로울 수 있다. 미국 거주 한인을 통해 사적으로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구매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연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몇몇 해외 쇼핑몰은 코드(Code) 개념을 도입해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코드를 결제 절차에서 입력하면 추가 할인 및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결제 진행 과정에서 코드를 반드시 입력하라는 별도의 지시사항이 없다보니, 코드 개념에 낯선 초보 직구족들은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정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해외 쇼핑몰 측과 직접 통화해 불만을 전달해 주는 통화서비스 대행업체까지 등장했다.
관세청 특수통관과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수입한 물품만 구입한 수동적인 구매자에서 직접 해외에서 선택, 구매하는 능동적인 수입자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회원가입만 하면 외국어가 미숙해도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고 직배송을 해주는 업체도 늘었다”고 해외직구의 증가 이유를 꼽았다. 이어 그는 “거래상품의 종류도 의류·잡화와 같은 초기의 한정된 상품에서 벗어나 자동차부품·디지털매체·용역 등 전 품목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거래됨으로써 지금보다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상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