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히트작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배> 시즌 3의 방송은 3월로 예정돼 있다. <응답하라> 제작진도 채널을 대표하는 드라마 시리즈로 내심 욕심을 보이고 있다.
tvN은 최근 <꽃보다 할배> 시즌3 제작에 착수했다. 1, 2편을 연출한 나영석 PD는 세 번째 여행지를 찾기 위해 현재 현지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방송도 시작하기 전이지만 시즌3 제작 사실만은 뜨거운 관심을 모은다.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노년의 배우들이 프랑스와 대만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그린 <꽃보다 할배>는 평균 시청률 7%(닐슨 유료플랫폼 가구·이하 동일기준)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지상파에서는 이와 비슷한 형식을 취한 KBS 2TV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와 같은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tvN은 더욱 공격적인 제작에 나선다. 일단 <꽃보다 할배> 시즌3의 방송은 3월로 잡힌 상황. 기존 출연자들이 모두 참여한다.
<응사>의 후속 시리즈 가능성도 일찍부터 나오고 있다. 2012년 <응답하라 1997>(응칠)에 이어 <응사>까지 연속 성공하면서 제작진은 채널을 대표하는 드라마 시리즈로 내심 욕심을 보이고 있다.
# 지상파 PD·작가 대거 영입…인력 경쟁력 확보
지상파에서 활약하던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이동 움직임에서도 케이블채널의 달라진 위치가 드러난다.
2011년 KBS 2TV ‘1박2일’을 기획하고 연출한 이명한 PD의 CJ E&M 이적을 시작으로 나영석, 신원호 PD 등이 소속을 옮겼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는 물론 <응칠>과 <응사>의 대본을 집필한 이우정 작가 역시 나PD 등과 KBS에서 동고동락하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작가다. 드라마 추노>를 만든 곽정환 PD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이 대거 케이블채널로 옮기자 방송가에서는 ‘쓰나미’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왼쪽부터 신원호 PD, 나영석 PD.
이를 두고 지상파 내부에선 “빼가기”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의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 사내에서도 제작진을 다독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KBS의 한 간부는 케이블채널 측 인사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는 건 예능 제작진만이 아니다. 케이블채널 드라마들 역시 최근 시청률은 물론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인정받으면서 그동안 지상파를 고집했던 인기 작가들이 몰리고 있다.
케이블채널 가운데 가장 많은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는 tvN은 최근 권음미, 최윤정 작가와 손을 잡았다. 권 작가는 MBC <로열패밀리> 등을 집필한 실력파. 최 작가 역시 로맨틱 코미디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으로 높은 시청률을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이우정 작가
그동안 케이블채널은 외국에서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입해 국내 정서에 맞게 변형해 제작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SNL 코리아> <코리아 갓 탤런트> 등 화제를 뿌린 프로그램 대부분 미국에서 포맷을 수입해 제작한 것들이다.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해 <나인>은 국내 드라마로는 처음 미국에 수출됐다. <가십걸>을 제작한 미국회사 페이크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는 <나인>을 수입해 현재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초 파일럿 방송으로 제작해 미국 방송사 ABC에서의 방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꽃보다 할배> 역시 중국 유력 위성 방송사와 포맷 판매를 협의하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중국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오락성과 세대 간 소통을 이끄는 구성이 현지 시청자에게 호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유연한’ 제작 분위기…‘자사 중심’ 우려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송가도 CJ E&M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내놓는 프로그램들이 차별화에 성공한 건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하는 방송사 분위기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나영석 PD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기본 구조는 방송사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CJ E&M에는 유연함이 있다”고 했다. “만약 다른 방송사였다면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얻었으니 한 달에 한 번 촬영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하자고 했겠지만 tvN은 그러지 않았다”며 “정규방송 아니면 특집 방송으로 분류되는 지상파와 비교해 제작이 여유롭다”고 케이블채널의 강점을 밝혔다.
일단 성공하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제작 분위기도 스태프들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실제로 <응칠>의 성공 덕에 <응사> 제작 때는 1990년대 상황을 표현하는 전문 미술팀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나친 ‘성과 중심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청률에서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이 나오면 가차 없이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사례가 케이블채널에서 만연하기 때문. 지상파와 비교해 대기업 계열 방송사라는 취약점 탓에 ‘사익’에 기반을 둔 정책이 주로 추진되는 것도 시청자 권리 측면에서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