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이 모텔 문을 열고 종사자들에게 여론조사의 취지와 질문을 던지기가 무섭게 돌아오는 싸늘한 반응이었다. 예상대로 방문 여론조사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사람들의 가장 은밀한 ‘성’의 현장에서 종사해서 그런지 프라이버시에 대해 상당히 민감했다.
취재진도 모텔 종사자들의 거부감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사회다. 그런데 법을 벗어난 ‘불륜’에 대해서, 그것도 ‘불륜’이 발생하고 있는 장소에서, 꼬치꼬치 캐묻는 게 무리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얼굴을 붉힌 적도 적지 않았다. 혈기 왕성한 30대 사장과는 격투 일보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발생했을 만큼 설문조사는 좌충우돌이었다. 취재진이 모두 남자라서 그런지 친절하고 상세하게 대답해준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 종사자들이었다. 설문에 응해준 사람들 가운데 남성도 있었지만, 열에 한 명도 안됐다. 그리고 그들은 백이면 백 질문에 딱딱하게 대답했다.
먼저 취재진이 중점적으로 던진 질문은 종사자들이 이용객 가운데 불륜 커플을 알아볼 수 있는지, 그들의 일반적 패턴은 어떤지에 관한 것이었다. 응답자들은 “딱 보면 알지. 촉이 선다고나 할까”라며 그들의 ‘감’을 자신했다. 정상적인 커플이 아니라면 티가 난다는 것이다. 구리 교문동의 한 모텔 주인은 “(불륜커플은 대부분) 방을 따로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남자가 먼저 방을 잡아놓으면 여자는 연락을 받고 나중에 들어간다는 것.
모텔촌 식당을 찾는 불륜 커플들의 특징은 종업원을 거의 안부르고 세심한 서비스보다 간단하고 형식적인 서비스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포천 직동(광릉수목원 인근)에 있는 모텔촌의 한 식당 주인은 불륜 커플들의 특징에 대해 “오히려 당당한 척한다. 중년 부부 정도 되면 누가 서로 ‘여보~’하면서, 밥 먹는 데까지 와서 금실 좋은 부부 티를 내느냐. 그런 사람들은 백프로 불륜이다. 또 하나는 전화할 때다. 남자들은 대부분 거래처 사람 만나러 왔다고 말하고 여자들은 아이와 관련된 일을 보러 왔다고 말한다. 근데 통화할 때 보면 정말 당당하더라. 그래야 안 걸리겠지”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이어 “신기한 게 불륜 커플로 생각되는 손님은 우리를 거의 안 부른다. 반찬 중에 부족한 게 있어도 그냥 안 먹고 마는 것 같더라. 그리고 서빙할 때도 세심하게 하는 것보다는 짧게 하는 걸 좋아한다. (불륜 커플 손님과 다른 일반 손님들을 놓고 비교하면) 그건 좀 차이가 확실히 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지방에서 모텔업을 하고 있는 한 종사자는 불륜과 불법 성매매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대학원생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그는 “불륜 커플은 보는 순간 사이즈 딱 나온다. 일단 여자가 카운터에 안 선다. 남한테 얼굴 보이기 싫은 거다. 거기다 나갈 때 따로따로면 100프로다. 그런데 남자 기준으로 봤을 때 불륜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직업여성이나 다방 여종업원 만나서 ‘2차’ 오는 경우와 자신의 파트너와 연애하는 경우다. 직업여성은 티가 난다. 일단 떳떳하다. 자신들이 더 많이 아니까(능숙하니까). 카운터에 ‘젤 있어요?’ 하며 당당하게 요구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젤은 일종의 촉진제다. 종로 한 모텔 업자에 의하면 젤이 여성 몸에 안 좋다고 해 법적으로 비치가 금지됐다고 한다).
또한 모텔종사자들은 불륜커플이 계절을 불문하고 평일 낮에 모텔을 찾는다고 입을 모았다. 불륜 하는데 무슨 계절을 따지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 근처의 모텔은 달랐다. 관악산 아래에 있는 안양 유원지는 등산객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유원지 근처의 모텔은 계절을 탄다. 모텔 종사자들은 “유원지라 그런지 여름에 더 많이 찾는다”고 대답했다. “등산을 갔다가 입실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들 수 있는 모텔의 지역적 특성은 인기 있는 모임 장소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역 일대는 각종 모임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동창회, 산악회 등. 각종 동호회나 친목모임을 갖다가 눈이 맞으면 조용히 빠져나와 모텔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한 모텔 사장은 “특히 동창회에서 만난 커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기자가 묻자 그는 “대화내용 들어보면 알지 않나. 학창 시절 얘기를 한다든가”라고 반문했다. 예전에는 동창회 커플들이 카운터 앞에서 별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동창생’들이라 그런지 당당해져서 그런지 요란하게 떠들며 지나간다고 한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박민정 기자, 이홍찬·고혁주 프리랜서]
사진=임준선·최준필 기자
입실부터 퇴실까지 ‘아무도 몰라’
타인의 시선을 피하려는 소비자의 니즈를 존중해 늘어나고 있는 곳이 이른바 ‘무인텔’이다. 모텔 종사자와 마주치지 않고도 결제 및 대실을 할 수 있어 ‘셀프텔’이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대구 등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무인텔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일반 모텔들이 무인텔로 리모델링을 하는 곳도 꽤 있다고 한다.
무인텔이 장사가 잘 되는 추세이긴 한 것 같다.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의 한 모텔은 최근 무인텔로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였다.
이 모텔의 주인 박 아무개 씨는 “관리하기도 편하고 장사도 좀 잘된다고 들어서, 내부 리모델링하는 김에 무인텔로 바꿨다”고 말했다.
반면 무인텔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인근에서 일반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무인텔이 돈 없는 남자에게는 별로다. 거기는 방마다 가격이 다르고, 그 가격이 다 모니터에 나온다. 남자 입장에서는 부담이지 않겠나. 그래서 남자들은 무인텔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고]
혼내주려고 고소? 이혼소송이 먼저!
대한민국은 간통을 형법 제 241조에 의거, 죄로 처벌하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지난 1991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61.9%가 존치 의견을, 22.5%가 시기상조 의견을, 15.6%가 폐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 뒤 헌법재판소는 1990년, 2001년에 이어 2008년에도 간통죄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간통죄는 배우자가 없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간통하면 처벌된다. 이는 친고죄로서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한다. 배우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보통 간통을 인지하고 6개월 이내에 고소를 해야 효력이 있다. 현장적발이나 자백을 받은 시점 등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한다.
간통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포착하거나 성관계 시 체액 등의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황증거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 비록 현장에서 수거한 휴지나, 수건에서 정액이나 질 분비물이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남녀가 대낮에 모텔에 팬티 차림으로 있었다면 정을 통한 것으로 경험칙에 맞아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도 나온 바 있다.
그런데 무턱대고 상대방을 간통죄로 고소할 수는 없다. 간통죄의 경우 고소인은 배우자 1인으로서 혼인이 종료·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고소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리고 간통고소 후 다시 혼인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했을 때 고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된다. 간통죄로 이혼을 하였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소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간통 고소는 혼인관계의 종료 또는 이혼소송의 계속을 그 조건으로 하고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제기는 간통 현장 적발과 같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도 가능하다. 외도를 목격하지 못했더라도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지나친 스킨십을 하거나 외도를 의심할 수 있는 문자나 메일을 주고받았다면 이혼사유에 해당된다. [박]
대실시간 어기기 일쑤… 다들 목욕 마니아
경기도 구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우리 모텔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온다”라며 모텔의 주 이용자층을 설명했다. 김 씨에 따르면 60~70대 노인들은 3시간으로 정해진 대실 시간을 어기기 일쑤라고 한다. 이유를 묻자 김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목욕을 많이 한다. 여기 물 값(수도세)이랑 보일러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수유리에 있는 ‘ㄴ’모텔도 노인들에게 꽤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장 아무개 씨는 “노인들이 어디다 대놓고 연애한다고 말하겠느냐. 설령 공개 연애를 한다고 해도 집에서는 자식들 눈치 보이지 않겠느냐. 그래도 사랑은 해야겠고, 모텔이 얼마나 좋은가. 따뜻한 물도 잘 나오겠다. 다들 3시간 딱 채우고 간다. 목욕도 깔끔히 하고 간다”라고 말했다. 수유리 일대의 모텔은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실이 1만 5000원 선. 노인 이용객들이 많은 모텔은 가격이 싸고 모두 도시 한복판에 있었고 시설은 좀 낡은 게 특징이었다. [이],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