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대표(왼쪽)와 홍성은 회장의 합성 사진. 넥센 히어로즈가 ‘주주 분쟁’에서 패소해 구단 소유 구조에 변동 가능성이 생겼다.
판결을 앞두고 넥센은 “법원이 중재원의 판정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잘 판단하리라 본다”며 “결국 우리 쪽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법원은 넥센의 중재판정 취소청구를 기각하면서 ‘중재원의 판정대로 홍 회장을 넥센 히어로즈의 대주주로 인정하고, 주식을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덧붙여 홍 회장의 집행판결 청구를 인용, 넥센이 법원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시 강제집행을 허가했다.
법원의 판결에 넥센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넥센 고위층은 “중재원에 이어 법원까지 어째서 이런 아쉬운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하고서 강한 어조로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넥센이 문제 삼는 가장 큰 쟁점은 20억 원의 성격이다. 넥센 고위층은 “2008년 7, 9월에 홍 회장으로부터 10억 원씩 총 20억 원을 받았다”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때라, 단기 운영자금이 몹시 필요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고위층 인사는 “당시 20억 원은 명백한 ‘빌린 돈’, 즉 차입금이었다”며 “실제로 20억 원을 전액 운영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투자금이었다면 20억 원만 받았겠느냐”며 “홍 회장에게 대주주 자격까지 주는 조건이었다면 그 몇 배의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법원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2008년 이장석 넥센 대표가 홍 회장에게 발송한 투자계약서를 보면 ‘지분 20% 매각. 지분 매입가격은 지분 10%를 기준으로 30억 원. 투자자에 대한 메리트로 공동 구단주 대표 자격을 부여’ 등의 구체적인 제안이 명시돼 있고, 이를 전달받은 홍 회장이 ‘지분 매입가격을 지분 20%에 10억 원으로 수정할 것’을 요청해 이 대표가 홍 회장의 요청을 수용하고서 투자계약서에 그대로 반영한 정황이 있다”며 “따라서 이 대표가 홍 회장으로부터 받은 20억 원은 단순 차입금이 아닌 투자금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양자가 작성한 투자계약서에 ‘홍 회장이 10억 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히어로즈는 지분 20%를 홍 회장에게 양도하며 주주명부에 2008년 10월 말까지 이를 등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며 “차후 홍 회장이 10억 원을 더 지급해 지분 20%를 획득했으니 총 40%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법원은 “투자계약서엔 홍 회장과 이 대표의 서명과 무인까지 찍혀 있어 넥센이 ‘단순 차입금’이라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다른 건 몰라도 계약서에 이 대표의 사인과 무인이 찍혀 있다는 건 넥센으로선 예기치 못한 악재다. 이 대표가 이미 이 돈을 ‘투자금’으로 알고 받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센은 “다시 말하지만, 투자계약서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며 “홍 회장과 이 대표가 작성한 차입금에 대한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넥센이 주장하는 ‘차입계약서’의 행방이다. 만약 ‘차입계약서’가 있었다면 넥센은 왜 법원에 이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일까.
넥센 핵심 관계자는 분통을 터트리며 “법원이 ‘투자계약서’라고 인정한 계약서를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원래는 ‘차입계약서’였다. 그런데 홍 회장이 우리 측과 작성한 2장의 차입계약서를 전부 가져가는 바람에 현재 우리에겐 증거로 제시할 만한 원본이 없다”고 설명하고서 “홍 회장이 ‘계약서 원본’으로 주장하며 법원에 제출한 계약서는 위조본”이라고 주장했다.
넥센은 “우리가 홍 회장에게 돈을 꾸면서 자사 주식을 주기로 했다는 주장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뭘까. 넥센의 변론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당시 홍 회장과 차입계약서를 맺은 주체는 이 대표가 아닌 히어로즈 구단이었다”며 “회사 대표로 주식을 보유한 이 대표가 계약의 주체였다면 모를까 자사 주식이 전혀 없는 히어로즈가 어떻게 지분을 넘겨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장석 대표를 향해 “초심을 잃지 말고 정직해야 한다”는 말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더욱이 계약서가 위조됐다는 주장은 이미 법원에서 위조가 아니라고 밝혔고, 이 대표의 사인과 무인이 찍힌 계약서를 위조라고 억지부리는 행동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대답했다. 홍 회장은 “넥센에서 2심, 3심, 항소를 이어가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면서 “난 부동산 사업가이고, 야구단 운영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가 최대주주가 돼도 야구단 운영에는 나설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야구단 매각설과 관련된 소문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