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수 대목장은 아들과 함께 사실상 문화재 목재 수주를 독식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요신문DB
경찰 조사의 범위는 숭례문 복원 당시 작업을 벌였던 문화재청과 시공사 관계자, 숭례문복구감리단 등으로 점차 확대되어 갔다. 그런데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숭례문 복구공사를 총 감독한 ‘신응수 대목장’이다. ‘금강송의 유통 경로’를 밝혀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선 신응수 대목장은 조사에 필요한 핵심 인물이었다. 경찰은 결국 지난 1월 3일 신 대목장이 운영하는 ‘우림목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장부 등을 분석해 금강송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목장이 운영하는 우림목재는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제재소로 숭례문 복원공사에 사용된 목재를 전부 공급한 곳이다. 신 대목장의 명성으로 우림목재는 숭례문 복원공사 외에도 그동안 다수의 문화재 복원 및 보수 공사에 관한 수의계약에서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신 대목장이 자신의 명예를 이용해 ‘나무 장사’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목재 업계 내에서 공공연히 퍼지기도 했다. 국내 문화재에 납품되는 전체 목재 중 80%가량을 독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선 일반적이다.
신 대목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세동목재’도 우림목재와 함께 만만찮은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림목재와 세동목재가 문화재 보수 입찰 경쟁에서 자주 경합하며 일종의 ‘수주 나눠먹기’를 한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두 업체는 사무실을 함께 쓰고 창고만 따로 쓰는 등 “사실상 한 업체 아니냐”는 의혹이 줄지 않는 상황이다. 업체 이름만 달리 해놓고 사실상 부자가 문화재 목재 수주를 독식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한편 경찰은 우림목재와 더불어 신 대목장의 집, 광화문 내에 위치한 치목장 등도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신 대목장의 구체적인 혐의와 관련해서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장부상 내용이 불투명해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한 것이고 아직 구체적인 혐의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우림목재의 금강송 사용 내역을 검토하는 가운데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 신 대목장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도 경찰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신 대목장은 이러한 항간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신 대목장은 압수수색 당시 기자들에게 “우림목재에 20년, 30년 이상 된 국산 소나무가 많다. 숭례문 공사에 러시아산 소나무가 쓰였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적극 부인했다. 오히려 신 대목장은 “내 억울함을 알릴 수 있도록 경찰의 수사가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 경찰이 부른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광화문 복원공사 과정에서 고위 공무원의 압력으로 신 대목장이 다른 대목장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 연구소장은 지난 24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광화문 공사를 맡았던 신 대목장이 관련 공무원의 요구로 공사 입찰에서 탈락한 한 대목장에게 5억 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신 대목장이 관련 사실을 감사원 조사에서 진술했으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여 파문을 예고했다. 신 대목장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