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지난해 12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마식령스키장에 대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관심은 무척이나 각별하다. 관심 수준을 넘어 거의 집착에 가깝다. 그는 지난해에만 모두 세 차례 이곳을 방문했다. 심지어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 12월, 스키장 완공 당시에도 현장을 찾았다.
강원도 원산 부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은 부지면적만 1400만㎡. 일반 슬로프 4면, 특수 슬로프 7면에 250실 규모의 외국인전용 숙소와 150실의 내국인용 숙소, 대화봉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카 등 모든 시설이 완벽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거대 리조트를 1년 만에 완공했다는 것. 지난 7월, 대홍수로 인해 공사 현장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도, 인근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서기까지 했다. 당시 북한 내에선 이를 두고 ‘마식령 속도전’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0월, 평양에 ‘문수물놀이장’이라는 초대형 워터파크를 개장하기도 했다. 이곳 역시 김정은이 지난 5~9월에 네 차례나 찾았다. 평양 시내라는 지리적 접근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빈번하게 현장을 찾기란 김정은 본인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해당 시설 역시 앞서의 마식령스키장 못지않다. 우리투어스 홈페이지에 공개된 문수물놀이장 시설을 살펴보면, 초대형 풀장 및 슬로프 시설은 물론 암벽등반장, 실내배구장과 같은 체육시설과 제과점, 미용실에, 심지어 미국식 패스트푸드점까지 들어서 있다. 주변에는 신설된 승마장도 있다. 국내 워터파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시설이다.
이뿐만 아니다. 앞서 두 곳이 대규모 자본과 노동이 동원된 초대형 레저시설이라면, 북한의 롤러스케이트장 건설 붐은 소규모지만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롤러장은 평양은 물론 전국 대학교, 혁명기념관, 예술회관 등에 주요 부대시설로 들어서고 있다. 심지어 평지가 부족한 혜산시 등 개마고원에도 롤러장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 모든 것이 지난 2012년 11월,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서 “롤러스케이트는 사계절 어느 때든 즐길 수 있는 좋은 스포츠”라고 적극 권장한 이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지도자의 적극적인 권장 속에서 롤러스케이트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중국에서 들여오는 주요 무역품 중 하나가 롤러스케이트라고 하니 그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강원도 원산 부근에 조성된 마식령스키장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출처=우리투어스 홈페이지
대북 소식통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지도자 김정은의 개인적 취향과 더불어 현실적인 부분 역시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원래 김정은이 스포츠광이다. 북한 내 성장기와 유학 시절 농구, 승마, 겨울 스포츠 등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운동을 즐겼다”며 “원래 정치라는 것이 제도 외에 지도자 개인적 취향이 크게 반영되지 않나. 최근 현상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현상에는 현실적인 포석도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은 해외 전문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위락시설이다. 마식령스키장의 경우, 외국인들에게 하루 100~250달러의 숙박료에 스키장 이용료 35달러를 받고 있다. 문수물놀이장의 경우 현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양투어의 한 코스로 자리 잡고 있으며 입장료 3달러와 별개로 워터파크 시설 이용료 14달러를 받고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관광객 유치만 잘하면 직접 외화를 만질 수 있는 사업인 셈이다.
외부에선 해당 시설들의 사업성과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실제 유치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 수준이 사업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것. 이 때문에 최근 국내에선 북한이 조만간 남측에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를 전달하는 동시에 인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을 연계하는 추가 상품을 제안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물론 단지 ‘돈’만이 목적은 아니다. 일례로 북한 당국은 마식령스키장 개장에 앞서, 내국인들의 이용요금을 외국인들과는 다르게 책정했다. 현재 마식령스키장 내국인 입장료는 북한 돈 60원(암거래 기준으로 1달러는 7000원 수준)이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으며 명목상 받는 수준이다. 최대한 내국인들의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문턱을 낮춘 결과다.
앞서의 대북 소식통은 “내치의 의도가 분명 존재한다”며 “김정은의 통치가 선대의 선군정치와 기본적 궤는 같이하지만, 이미 주민은 이에 대해 피로한 상황이다. 분명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실제 대형 레저시설을 이용할 수는 없더라도 언론을 통해 이러한 시설의 홍보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형 레저시설 홍보와 더불어 실제 주민들이 이용 가능한 롤러장 건설을 확충하는 것 역시 김정은 나름의 유화책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