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동안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단연 화제였다. 임준선 기자
그중 단연 화제는 신당 창당을 목전에 둔 안철수 진영에 대한 관심이었다. 임 씨는 “여수는 공단지역으로 전남에서도 외지인들이 많은 곳이다. 그 만큼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전남은 민주당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을 찍어왔지만 신당의 등장으로 우리 입장에선 폭이 넓어진 셈이다. 아직까지 신당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지만 분명 ‘변화’에 대한 기대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은 올해 설날 민심의 가운데 자리 잡은 듯 보였다.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민주당 내 유력한 광주시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이용섭 의원(재선·광주 광산을)은 올해 지역 설날 민심 탐방을 보고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공천=당선’이란 공식이 깨지면서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신당 후보 중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더라”며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지만 결국 민주당을 통해 호남정치력이 복원돼야 한다는 기대감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겉으론 민주당의 호남 수성과 민심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호남 지역에서 불고 있는 신당의 기대감에 대해 경계하는 눈치였다. 선거를 앞둔 명절마다 기존 여야 정당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언제나 민심의 중심에서 오갔던 얘기였지만, 신당의 등장이 그 실망과 분노에서 벗어나 기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졌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부분이었다.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여권의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원유철 의원(4선·경기 평택갑)은 설날 민심 탐방 보고자료를 통해 “설 연휴 기간 동안 경기도 구석구석을 다니고 각계각층의 지역민들을 만나보면서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달라는 요구 등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아무개 씨(30)는 “중국의 사출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작은 업체를 운영한 지 3년이 됐지만, 가격경쟁력 악화로 점점 힘들어진다”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이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돈만 나가는 설이 두렵기만 하다”고 푸념했다.
민생 현안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와 맞물리는 대형 지역 사업 역시 해당 지역의 민심을 흔들게 했다. 예를 들어 여권의 야도라 불리는 부산 지역에선 ‘동남권 신공항’이 주요 민심의 풍향계를 흔들어댔다. 부산 가덕도에 건설이 추진됐던 신공항은 지난 정부 때 무산되면서 올해 선거를 앞두고 핫이슈로 떠올랐다. 부산과 경남 등 이른바 PK지역에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있는 신공항 건설 재개 여부가 자연스레 해당 지역 설날 밥상에 오르내렸다.
대구에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실망감도 내비쳤다. 매번 선거에서 몰표를 줬지만 해준 게 별로 없다는 반응도 나왔던 것. 설날에 대구에 갔다온 한 귀성객은 “우리도 이제 사람을 보고 찍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선 예전처럼 당만 보고 찍는 유권자는 많이 줄어들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올해 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그간 정부의 국정운영을 두고 여러모로 평가의 분기점이었다. 이러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응당 오는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취임 2년차 본격적인 국정 드라이브를 걸게 되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설 민심에 대해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