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 해설위원(왼쪽)과 김성주 캐스터. 사진제공=MBC
여기서 또 한 명의 스포츠 스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종국과 함께 2002 한일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안정환이 ‘아빠 어디가’ 시즌2에 합류했다. 워낙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안정환 가족의 합류 소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흥미로운 건 출연 확정 직후인 1월 7일 MBC는 “안정환은 향후 1년간 2014 브라질월드컵을 비롯한 MBC의 축구 관련 프로그램에서 기존의 허정무, 송종국 위원과 함께 해설을 맡게 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MBC 해설위원 계약 결정과 ‘아빠 어디가’ 시즌2 출연 결정의 선후 관계를 명확히 따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두 가지 일 사이에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이에 대해 MBC의 한 관계자는 “KBS에서는 이영표와 김남일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한 것에서 알 수 있듯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들을 붙잡으려는 방송사 간 물밑작업이 치열하다. 송종국과 안정환을 영입한 건 같은 맥락”이라면서도 “유명 스포츠스타를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MBC 해설위원인 송종국과 안정환과 ‘아빠 어디가’에 출연시킨 건 ‘원소스멀티유스’의 또 다른 예”라고 설명했다.
추신수(맨 오른쪽)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유일하게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MBC의 류현진 활용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MBC <다큐스페셜>에서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승부’ 특집방송을 준비했다. 전반기부터 류현진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터라 그의 미국 생활을 생생히 전한 <다큐스페셜> 역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류현진이 출연한 MBC 특집 토크쇼 <99>가 편성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후 그가 나선 첫 단독 토크쇼였다. 류현진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국내 생중계하며 류현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MBC가 누린 일종의 특권이었다.
MBC는 지난해 류현진 외에 추신수가 맹활약을 보이고 임창용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기대 이상의 수확을 거뒀다. 비시즌 중 일시 귀국했던 추신수가 유일하게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이 MBC <라디오스타>라는 것도 고무적이다.
MBC의 또 다른 관계자는 “류현진은 MBC 외 다른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MBC는 예능 외에 다큐멘터리와 교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류현진의 근황을 전했다. 거액을 들여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MBC가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수혜를 입듯 그들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MBC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전해지면서 인기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SBS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적극 활용해 특수를 누렸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는 한동안 김연아의 경기를 홀로 중계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는 단순히 김연아의 경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김연아가 출연한 SBS <더 스타쇼>는 시청률이 급상승했고, 우주인 이소연과 김연아의 화상채팅을 주선한 SBS <대한민국 우주에 서다-우주 생방송 피겨 요정 김연아와의 만남> 역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두며 큰 성공을 거뒀다. 아예 김연아의 이름을 내건 예능프로그램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를 제작해 피겨 스케이트 대중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는 일명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확산과 궤를 같이한다. 스포츠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와 선수들의 땀과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엔터테인먼트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뒷이야기 등 사생활에 카메라를 들이민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요즘 스포츠 스타들은 예능뿐만 아니라 CF까지 장악하며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중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소박한 삶에 열광한다. 멀게만 보이는 스타에게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며 “이런 대중의 심리를 잘 아는 방송사는 스포츠 스타와 예능을 결부시킨 스포테인먼트 확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