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영화에서 만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액션스타인 스탤론과 슈워제네거는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스탤론은 슈워제네거에게 상당한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고 당시를 고백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후 두 액션스타는 친구가 됐고 스탤론이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영화 <익스팬더블>(2010)에 슈워제네거가 우정 출연했으며 그 인연은 <익스팬더블2>로 이어졌다.
사실 80년대 스탤론은 <람보>로 유명했으며 슈워제네거는 <코만도>로 유명했다. 스탤론과 슈워제네거가 한 영화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람보와 코만도, 물론 다소 나이는 들었지만, 이 두 인기 액션 캐릭터가 한 작품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기관총을 든 슈워제네거의 모습에선 80년대 코만도의 모습이 엿보이고, 교도관들의 무자비한 폭행을 이겨내고 물불 안 가리고 뛰어 다니는 스탤론의 모습 역시 80년대 람보와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은 이 영화 본연의 매력은 차치하더라도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며 액션 연기가 탁월한 람보와 코만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영화 <람보>와 <이스케이프 플랜>의 실버스타 스탤론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 미국 제목은 <Escape Plan>으로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115분이다. 영화의 장르는 탈옥영화인데 탈옥하기 위해 일부러 감옥에 들어가는 탈옥 전문가가 등장하는 영화라는 점, 그리고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최악의 감옥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기존 탈옥영화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기존 탈옥영화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 돋보인다. 감옥의 보안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직접 수감자가 돼 탈옥을 감행하는 탈옥전문가가 등장한다는 점은 색다르고 기발하다. 또한 탈옥전문가에게도 엄청난 고난이 되는, 그래서 잠시 탈옥전문가도 탈옥을 포기할 뻔한 최악의 감옥 역시 신선하다. 탈옥이 절대 불가능한 최악의 감옥이라는 개념에 충실한 이 감옥은 탈옥전문가에게 절망을 안겨줄 정도로 완벽해 보인다. <쇼생크탈출>이나 <광복절특사>처럼 숟가락으로 수십 년 동안 감방 바닥이나 벽에 구멍을 내고 통로를 파내는 방식으로는 절대 탈옥할 수 없다.
이처럼 완벽한 감옥에 비해 주인공들의 탈옥 과정이 다소 허술해 보인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긴 하지만 스탤론과 슈워제네거의 존재감 넘치는 매력이 이런 약점을 보완해준다.
영화 <코만도>와 <이스케이프 플랜>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 줄거리
영화는 수감자 래이가 감옥에서 탈옥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렵게 탈옥에 성공했지만 래이는 너무나 손쉽게 다시 체포된다. 알고 보니 래이의 본명은 탈출 불가능한 감옥을 설계하는 최고의 탈출 전문가 브레슬린(실버스타 스탤론 분)으로 그의 저서는 감옥 설계의 교과서로 통할 정도다. 브레슬린은 범죄자 신분으로 위장해 직접 감옥에 들어간 뒤 약점을 찾아내서 탈출하는 ‘탈출 전문가’이자 ‘감옥 보안시스템 전문가’다.
브레슬린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의뢰한 곳은 CIA다. 테러리스트 등 아예 지구상에서 그 존재를 지우고 싶은 이들을 수감하는 민간 감옥 탈옥을 제안한 것. 재판도 거치지 않고 이 감옥에 수감된 이들은 절대 죽을 때까지 감옥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그들의 존재가 알려지면 국가가 주도하는 인권 침해의 실상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입증할 수 없는 완벽한 감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브레슬린은 12번의 폭탄 테러를 자행한 포르토스라는 새로운 신분을 부여 받고 완벽한 민간 감옥에 들어간다. 길거리에서 납치당하듯 문제의 감옥에 도착한 브레슬린, 아니 이제 포르토스는 난감한 상황에 내몰린다. 말 그대로 완벽한 감옥이었으며 재판도 받지 않고 납치되듯 수감된 이들이라 감옥 내 인권 침해는 극도로 심각했다. 이제 포르토스는 탈옥은커녕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 내몰린다. 교도소장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리려 하지만 교도소장은 그가 알고 있는 이가 아니다. 따라서 탈옥을 포기하고 완벽한 감옥임을 인정하고 임무를 마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이제 브레슬린은 사라지고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에 수감된 포르토스만 남은 셈이다. 이로써 브레슬린은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감방은 모든 벽이 유리로 돼 있어 24시간 감시당하며 모든 공간이 CCTV 등의 첨당 기기로 통제되고 있다. 포르토스가 생각하는 모든 감옥의 취약점이자 홀로 구상할 수 있는 공간인 독방 역시 엄청난 조명으로 수감자를 고문하는 공간이다. 어렵게 감옥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포르토스는 다시 힘겹게 감옥 안으로 돌아간다. 감옥 바깥으로 나왔다는 것은 일정 부분 탈옥에 성공했다는 의미지만 그것만으로는 탈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포일러지만, 문제의 감옥을 포르토스는 지하 동굴 같은 곳이라고 예상하지만 감옥 바깥으로 나와서 실제로 확인한 감옥은 거대한 배였다. 결국 감옥 바깥으로 나와도 망망대해를 빠져나올 방법이 없으니 탈옥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움직이는 감옥이라 위치 추적 역시 용의하지 않다.
포르토스는 감옥에서 로트마이어(아놀드 슈워제네거 분)를 만난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며 접근하는 로트마이어에게 경계심을 보이던 포르토스는 결국 그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며 함께 탈옥을 준비한다. 과연 최고의 탈출 전문가는 완벽한 감옥을 빠져 나오는 ‘이스케이프 플랜’을 성공할 수 있을까?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람보와 코만도를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클릭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탈옥 영화임은 분명하다. 탈옥하기 위해 일부러 감옥에 들어가는 탈옥 전문가라는 콘셉트와 탈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완벽한 감옥이라는 설정이 기발하고 흥미롭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실버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라는 걸출한 두 액션 스타의 조우다. 또한 이들이 나이를 먹어 그 나이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기보다는 왕년의 람보와 코만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부분이 더욱 매력적이다. 한물간 과거 액션스타 내지는 레전드들의 현재를 그린 <익스팬더블>과 <레드> 시리즈보다 더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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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레전드급 액션스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영화다. 탈옥 과정은 완벽한 감옥이라는 설정이 무색할 만큼 허술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특히 정체불명의 의사가 결정적 도움을 주는 데 그의 실체가 상당히 모호하다. 몇 가지 허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매력을 만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