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결과 현재 인천 I대, 서울 H대 등에 호빠 동아리가 실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런 상황은 비록 외부에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여타 상당수의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추측.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정보를 교환할 뿐 아니라 호스트바 취업까지 알선한다. 호빠 동아리가 ‘호스트 사관학교’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말을 듣고 별 생각 없이 가입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듣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호스트바의 요청에 따라 남성 접대부를 공급하는 일종의 ‘호스트 보급기지’였던 것.
김씨는 “리더로 보이는 형과 호스트바 마담 사이에 어느 정도 선이 닿아있는 것 같았다”며 “전화를 받고 회원들을 어디로 보내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5∼10명 단위의 점조직으로 조직된 호빠 동호회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형성하고 있지만 단체로는 움직이지 않는 게 특징.
김씨에 따르면 호스트 수입의 대부분은 2차보다 T/C(Table Charge)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마담이 밀어주지 않으면 돈을 벌 수가 없다.
현재 호빠 동아리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마담을 보조해 필요한 인력을 파견하는 일을 담당하는 것도 이 때문. 일부 동아리는 ‘선수 물관리’ 차원에서 마담이 직접 관리하고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학기중에는 수업이 걸려있기 때문에 풀타임보다는 시간제를 선호한다.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방학. 이때가 되면 자신이 소속된 ‘박스’(마담과 호스트들로 구성된 팀)를 따라 대전이나 부산으로 원정을 나가기도 한다.
김씨도 지난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부산에서 일했다. 두 달 동안 그가 벌어들인 수입은 5백만원. 이런저런 비용을 빼도 3백만원 정도는 수중에 떨어진다고 했다. 이런 입소문 탓에 아예 휴학을 하고 본격적인 영업 전선에 나서는 이도 있다고.
‘호빠 동아리’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학 동아리의 형식을 도입한다는 점. 자연히 정기적인 모임도 갖는다. 그러나 모임 장소나 진행방식은 일반 동아리와 다르다.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는 주로 학교 주변의 PC방이나 커피숍.
김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리더가 지정한 커피숍 등에서 모임을 갖는다”며 “회의는 친목도모보다는 정보 교환이나 다음 순번을 정하는 방식 위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운영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인다. 회원이 아니면 친한 친구라고 해도 팀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 때문에 멤버를 보충할 때도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면 뽑지 않는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가끔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에는 학교 게시판을 통해 멤버를 모집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학교 사이트가 실명제로 전환되면서 요즘은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호스트 구인구직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정보는 있지만 워낙 점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소개비를 받고 호스트를 알선한다거나 호스트가 윤락을 할 경우 직업안정법과 윤락행위방지법으로 단속할 수 있다”며 “그러나 관련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처벌 근거가 없어 수사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석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