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친박’ 이주영이 뜨네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주영 의원, 남경필 의원, 이완구 의원, 홍문종 사무총장(왼쪽부터). 일요신문 DB
실제로 정권재창출 1등공신으로 불린 친박계 핵심 최경환 원내대표 임기가 4개월이나 남았는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것은 친박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물은 5선의 남경필, 4선 이주영, 3선의 이완구 홍문종 의원. 계파 분포로 보면 중립, 범친박, 친박 구도다. 하지만 힘의 기울기가 친박보다는 범친박에 쏠려 있다.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해 5월 원내대표 경선은 사실상 이주영 의원의 승리였다. 146명이 투표를 했는데 이주영-장윤석(정책위의장) 조가 69표, 최경환-김기현 조가 77표였다. 4명만 이-장 조에 표를 줬으면 동점이다. 다들 최-김 조가 100표 이상 건질 것이라 내다봤는데, 까보니 그게 아니었다. 당내 절대다수가 친박계인데 그 안에서도 친박계 핵심이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주영 의원에 대한 동정표는 여전하다고 본다. 오는 원내대표 경선에는 이변이 없는 한 그쪽으로 쏠릴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최 원내대표가 실수가 좀 있었다”며 “특임장관 부활 촌극,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위헌 검토 등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통행이 있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그 불만이 크다”고 덧붙였다.
눈은 이주영 의원에게 쏠린다. 이유는 이렇다. 원래 원내대표는 4선급에서 맡아왔다. 최 의원이 그 관례를 깨고 선배(?)에게 도전했다. ‘박심 논란’을 등에 업고 말이다. 후배에게 패한 이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에는 ‘먼 친박’(이주영)이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청와대가 불안해하는 것보다 ‘가까운 친박’(최경환)이 원내를 지휘해 낫다”고 했다. 그런데 사정이 바뀌었다. 최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을 하겠다”는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듣는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던 지난해가 사건을 주무르는 수습 1기 체제였다면, 올해는 집권 2년차에서 국정 드라이브를 걸 동력 2기로 볼 수 있다”며 “그러려면 청와대에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주영 의원을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당의 분위기나 흐름이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다른 이야기도 했다. 당을 위해선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남경필 의원은 원내대표를 거치지 않은 중진이다. 1965년생, 젊은 나이에 5선으로 선수는 높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다. 18대 국회까지는 쇄신소장파로 분류됐다. 지금은 아무도 그런 수식을 붙이지 않는다. 지난해 당대표 출마 이야기가 나오다 원내대표로 유턴했다가 포기했다. 일부는 “남 의원의 정치사에 쟁취적 포지션이 없다. 정치적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라며 “그게 이번 원내대표 출마의 이유라면 표를 얻을 확률은 높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완구 의원에 대해선 재·보궐 선거로 19대 국회에 늦깎이로 들어와 원내대표를 맡기엔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국회사정을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 주위에서 ‘충청권 대표주자론’을 내세우지만 새누리당 텃밭은 영남권이어서 그의 출마가 적절치 않다는 말이 있다. 19대 국회가 이한구(대구)-최경환(경북)으로 이어진 것에 이런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을 두고선 ‘최경환 2기 체제’에 빗대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홍 사무총장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1강 3약이라고들 하는데 앞으로 누가 또 주자군에 거론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선수 우대 관례가 깨졌기 때문에 3선급에서도 원내대표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3선으로는 강길부, 김기현, 김재경, 김정훈, 김태환, 서상기, 안홍준, 유기준, 유승민, 이군현 장윤석, 정우택, 정희수, 주호영, 진영, 한선교, 황진하 의원(가나다 순) 등이 있다.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에서 친박 주류가 동상이몽인 이상한 현상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이를 두고 “당내 80명 가까이가 초선이지만 쇄신소장파는 없다. 세력을 규합해 당 지도부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건강한 초선이 없으니 모두가 친박이라도 진정한 친박은 없는 것이나 같다”며 “친박계 권력 누수가 생기는 이유도 초선이 너무 초짜여서가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
당보다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다 보니 같은 계파여도 소속감이 없다는 진단이었다. 18대 국회 당시 박근혜 의원 같은 무게중심이 없어 뜨는 사람에게 몰려들고 떠나고를 반복, 밀물 썰물 효과가 꾸준히 반복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내에 ‘포스트 박근혜’를 키우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