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의원은 “경선을 뜨겁게 치러야 본선경쟁력도 커진다”면서 “지역의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그동안 4선 중진 의원을 하면서 당에서는 사무총장과 상임위원장, 정부에서는 문광부 장관을 하면서 과분한 지지와 성원을 얻었다. 무엇을 통해 보답해야 할지 고민하다보니 그 답을 경기도에서 찾아보자, 경기도를 변화시키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마선언 당시 ‘경기 3.0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8년이면 경기라는 이름이 사용된 지 꼭 1000년이 된다. 이번에 뽑히는 도지사가 1000년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과거 서울의 인구분산 정책으로 철거민들이 강제 이주했던 경기 1.0시대, 서울의 급격한 팽창에 따른 주택 200만 호 건설, 5대 신도시 건설 등이 경기 2.0시대였다면, 이제 서울과 독립된 삶의 공간을 만들어 중산층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경기 3.0시대다.”
―경기도의 서울 예속화를 막겠다는 의미인가.
“경기도민이 1년간 쓴 카드사용액을 조사해보니, 한해 47조 원 가운데 36%가량을 서울에서 쓰는 것으로 나왔다. 서서히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서울로부터 밀려서 오는 것이 아닌 찾아서 오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후임 도지사는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환경, 각종 문화적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당내 경선에 임하는 각오는 어떤가.
“경선이 뜨겁게 치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더 많이 나온 가운데 경선을 치러야 시너지 효과가 나고 본선경쟁력도 생긴다. 현재 당 지지율이 높아 좋은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다.”
―당 일각에서는 유정복 안정행정부 장관 차출론도 제기된다.
“차출이 아니다. 차출이라면 당에서 공천을 준다는 의미인데 맞지 않는 소리다. 경선에 나오신다면 대환영이다.”
―새누리당 주자들이 민주당 주자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도 있다.
“여당은 현재 김문수 지사가 있어 여론조사 시 응답자들이 김 지사 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또한 시중 여론조사를 더 면밀하게 분석하면 민주당 후보들의 현재 지역구 인구수가 새누리당보다 많아 다소 높게 나오는 것이다.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문수 지사의 8년 도정은 어떻게 평가하겠나.
“서울 중심의 역사로 그동안 경기도에 공백이 많았다. 김 지사가 8년간 열심히 뛰면서 메우는 작업을 했다. 경기도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다면 후임 도지사는 그 기반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서울에 예속되지 않고 오히려 경기를 중심으로 서울이 경기도의 배후소비도시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정권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원래 야당에서는 정권 중간에 오는 선거는 다 그렇게 이야기한다. 유권자들은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에 임하는 태도가 다르다. 유권자들은 대선은 안보나 경제와 같은 국가적 아젠다를 국민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국회의원 선거 때는 ‘저 사람이 얼마나 나를 잘 대변할 수 있느냐’는 시민적 관점에서 본다. 지방선거는 ‘저 사람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종의 주민적 관점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떠올려 보면 선거 일주일 전만 하더라고 언론에서 한나라당이 완승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거에 가장 영향을 미친 이슈가 천안함 사태와 같은 안보 문제가 아닌 무상급식이었다. 지방선거는 생활정치 공약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정병국, 하면 여전히 남·원·정 트리오가 떠오른다. 이번 19대 국회는 유달리 여당 초·재선 의원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중진이 된 지금까지도 저를 원조 소장파로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좀 아쉬운 부분은 있다. 다만 이번 19대 의원들은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다. 좋게 이야기하면 모범적이고, 다르게 표현하자면 아직 정치력 부족이다. 이제 임기 절반을 향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과거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이 지금 당내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
“그거와는 별개다. 정권을 창출하는 과정에서는 당 안에서 계파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을 창출하는 순간 계파는 공중분해 된다. 지금 친박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대선은 사실상 당내 경쟁자가 없었기에 친이든 친박이든 하나가 돼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당권을 쥔 주류와 비주류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계파갈등 이야기는 맞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는 안철수 신당이 주요 변수다.
“지금 국민들이 왜 새정치를 갈망하는지 잘 봐야 한다. 야당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야권은 가치나 이념과 관계없이 이합집산을 했다. 지난 총선 때 통합진보당과 야합을 해 얼마나 타격을 봤나. 이제 국민이 그런 야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여당도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우리가 야당 시절에는 당내 소장파가 지도부를 향해 끊임없이 투쟁했다. 오죽하면 선배 의원들이 집권여당이 아닌 당 지도부를 겨냥하느냐 훈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병렬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이후 박근혜 대표를 옹립한 것이 2차례 정권 재창출의 계기가 된 것 아닌가. 정권 창출에 실패한 정당은 모든 걸 다 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야당이 그런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이 당장 선거에 이기려고 연대한다면 새정치는 떠내려간다.”
―여당 후보로서 3자 대결을 바라는 것 아닌가.
“물론 이번 선거에서 우리에게 질 수 있다. 하지만 선거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새정치 실험이 성공한다면 야권에서 다음 총선이나 대권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17대 총선 때 명맥만 겨우 유지했지만 실패를 기반으로 혁신해 그다음부터는 계속 이기지 않았나.”
―지금 새누리당은 그때와 사뭇 다른 것도 같다.
“새누리당이 다소 쇠잔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기서 또 다른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면 가망이 없다고 본다. 현상유지에 급급해 인물을 키우지 않고 가진 것을 나눠 먹으려는 식이면 다음 정권 재창출은 어려워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 공약이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
“대선이 끝난 이후 지역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통령이 선거 때 이런 공약 저런 공약을 많이 했는데 지금 되고 있는 게 없다. 이래서 어떻게 지방선거를 치르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제가 몇 차례 문제를 제기하니 당에서 지역공약실천특위 위원장 역할을 맡겼다. 작년에는 지역별 공약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과연 어디까지를 공약으로 봐야 하느냐, 어떤 공약을 우선순위로 둘 것이냐 하는 문제를 일일이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 충분히 의논하면서 단기적 과제는 올해 예산에 반영하고 중․장기적 과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따지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관한 입장은.
“이 문제도 사실 인수위 때 걸렀어야 했다. 그때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취임 이후에 하려니 정권에 부담이 오는 것이다. 지금 여야 모두 정당공천 폐지에 있어 솔직하지 못하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냈는데, 표가 되니까 그런 것 아닌가. 저는 17대 국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도 내고 작년에 지역구에서 직접 실천도 했던 사람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부작용이 많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안철수 의원 국회 입성 이후 폐지하자고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하나지만 야당은 안철수 신당과 분열돼서 불리하니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만큼은 여야 모두 솔직하게 말하고 국민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