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서 연습은 제발 그만…
이 경주는 4번 모닝크릭이라는 선두력에선 독보적인 선행마가 있었고, 강력한 인기를 모은 선행형 선입마 스마일어게인도 있었다. 스마일어게인을 선행형 선입마로 분류한 건 선행으로 입상을 했지만 직전경주에선 선입으로도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왕년의 선행마인 글로벌강자가 포진해 있었다. 누가 봐도 선두력에선 이 세 마리가 다른 마필들보다 많이 앞서는 편성이었다. 그리고 1번 굿타임, 2번 스위트뮤직, 9번 오백선 같은 말들도 느린 말은 아니었다.
필자는 이 경주에서 모처럼 단거리에 출전한 글로벌강자를 노렸기 때문에 고배당을 맞혔지만 적중하고도 떫은 감을 씹은 기분이었다. 선두권에서 뛸 것이라고 생각했던 글로벌강자가 맨 후미에서 뒤늦게 추입에 나서 3위를 했지만 자력입상이었다기보다는 뭔가 각본에 짜여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의문은 이 경주에서 선두력이 좋은 말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행을 나선 8번 뉴월드퀸은 이 경주에서 가장 느린 말로 분류할 수 있는 말이었다. 때문에 출발 후 초반 200미터 기록이 14.7초였다. 거의 모든 말들이 평소보다 느리게 초반을 뛰었고, 뉴월드퀸만 초반에 자기기록을 낸 것이다. 그렇게 느리게 선행을 나선 뉴월드퀸이 2위권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앞서나갔다. 결승선 직선주로에 접어들 때까지 10마신 이상 거리가 벌어졌지만 다른 말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마치 뉴월드퀸을 보내주는 경주를 하는 것처럼.
필자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감독들이나 선수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변명은 뻔하다. 보나 안보나 ‘주행습성을 변경 중’이라거나 ‘추입작전을 고려’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경주가 평소처럼 빠르게 진행됐다면 이런 해명은 납득이 되겠지만, 느린 말이 앞서가고 멀찌감치 거리를 벌리는 데도 빠른 말들이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설명으론 부족하다.
왜 주행습성 변경을 실전에서 연습해야 하는가. 선행마가 주행습성을 변경한답시고 추입마로만 편성된 경주에서도 억지로 제어해 선행을 기피하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찮게 목격한다. 이런 것이 과연 옳을까. 경주마는 더 많은 입상을 목표로 뛰는 것이 아닌가. 특별한 악벽이 없다면 그 경주에 가장 적합한 경주전개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작전일 것이다. 주행습성 변경 시도는 선행마가 많거나, 나보다 빠른 말이 있을 때 하면 안되는가. 그런 것이 예측 가능한 경마가 아닐까.
흔히들 경마를 가장 과학적인 추리게임이라고 하지만 이 경주처럼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경마는 로또게임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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