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래스는 현실세계에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즉 증강현실(AR)을 적용해 웹검색이나 카메라 촬영, 영상통화, 채팅 등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핸즈프리로 조작할 수 있다. 또한 눈앞에 증강현실 정보가 펼쳐지기 때문에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사람이 들고 다녀야 하는 기기가 아니라 착용하는 기기로 진화한 것이다.
지난해 9월 10일 애플의 신형 ‘아이폰5S’가 발표되자 애플의 주가는 도리어 6% 하락했다. 과거 제품들에 비해 놀라움과 혁신이 적었던 것이 이유였다. 실망감이 퍼진 배경에는 “소문의 아이워치(i-Watch)가 등장하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많다. 당시 ‘애플이 차세대 제품으로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인 아이워치를 개발 중이며, 발매시기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상표등록을 끝내고, 다양한 관련특허까지 취득해둔 애플이었다.
한편 애플의 라이벌 삼성전자는 한발 앞서 자사 스마트폰 및 태블릿과 연계 사용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갤럭시기어’를 발표했다. 구글이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에 중점을 둔 반면, 애플과 삼성은 손목시계형 기기 개발을 당면 과제로 삼았던 것.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진정한 웨어러블 기기의 시대는 삼성에 이어 애플의 아이워치가 출시된 이후 열릴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이제 애플의 시장 참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애플의 생산거점인 대만에서는 “복수의 대만 기업이 아이워치를 수탁 생산해 2014년 하반기 149~229달러(약 16만~25만 원)에 출시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애플은 경량화와 디자인 부분에 있어 완벽하게 만족할 만한 요소를 담기 위해 최종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구글, 삼성, 애플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미국 시장은 웨어러블 기기 개발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탄생한 ‘스테인드 글라스 랩스(Stained Glass Labs)’도 이러한 열기를 증명한다. ‘웨어러블 컴퓨팅을 위한 선구자 집단’으로 불리는 이곳은 웨어러블 벤처기업을 위해 훌륭한 프리젠테이션 방법부터 투자자금 모금, 제품 개발까지 충고하고 있다.
이곳의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신생 벤처기업들이 앱이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방식의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한 예로 줌 기능을 장착한 콘택트렌즈를 들 수 있다. 만약 이 제품이 시판에 이르면, 스포츠 시합이나 콘서트에서 가장 저렴한 티켓을 사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실제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3배 배율로 사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토탈리콜>이나 <터미네이터> 등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주간다이아몬드>는 “웨어러블 기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첫 행사가 2020년 도쿄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선수들이 다양한 센서를 내장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함으로써 선수의 관점에서 보이는 영상을 시청자와 공유한다거나 선수의 심박수와 호흡 등 신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상황이 예상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실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삼성 등의 그늘에 가려 일본 기업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 그러나 다가오는 웨어러블 기기 시대에 대비해 이들은 역습을 노리고 있다. <주간다이아몬드>는 “웨어러블 기기 개발의 관건은 정밀화, 소형화, 방수로 일본 기업들의 장기와 겹친다”면서 “위험을 즐기고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역습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