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후궁>에서 전라 연기를 감행하며 매력을 발산한 조여정(왼쪽)과 섹시스타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클라라. 연합뉴스
<워킹걸>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제작이 추진되는 섹시 코미디 장르다. 오피스텔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두 여자가 우연히 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여정은 위층에 사는 완구회사 직원으로, 클라라는 성인숍을 운영하는 아래층 여자 역을 맡는다. 클라라에게 배달돼야 할 성인용품이 조여정에게 전달되고 이때부터 두 사람의 일상이 꼬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아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지만 주인공을 맡은 두 여배우는 베드신도 소화할 예정이다. 노출 수위 역시 현재까지는 협의단계이지만 그동안 영화와 TV 쇼 등에서 섹시한 이미지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조여정과 클라라는 <워킹걸>에서도 그 매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여기에 성인 숍과 성인 용품이라는 극적 소재와의 만남 역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워킹걸>이 제작비의 절반을 부가판권 판매만으로 미리 회수한 사실에 주목한다. 최근 급성장하는 부가판권 시장의 규모를 드러내는 사례라는 의견과 함께 향후 ‘맞춤형 영화’ 제작도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 영화 제작사의 대표는 “개봉은커녕 촬영도 시작하지 않은 영화의 부가판권 판매는 2차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과 같다”며 “주인공을 맡은 두 명의 스타가 가진 고유의 매력이 공개적인 극장이 아닌 안방의 TV나 온라인 VOD에서 더 적극적으로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여정은 앞서 영화 <방자전>과 <후궁:제왕의 첩>에서 전라 노출은 감행하며 치명적인 욕망을 주로 연기해왔다. 최근 여배우들의 노출 분위기가 잠잠한 가운데 조여정은 상대적으로 거침없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으며 연기자로도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클라라 역시 현재 연예계에서 독보적인 섹시스타로 인정받는다. 불과 1년 만에 글래머 스타의 대명사로 통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더욱이 영화에서는 한 번도 노출 연기를 펼친 적이 없는 탓에 클라라의 <워킹걸> 참여에 대한 연예계 안팎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부가판권은 영화와 공연 같은 문화상품이 극장 등에서 상영이나 상연을 마친 뒤 제2의 시장으로 판매될 때 발생하는 저작 권리를 칭한다. 영화의 경우 저작권을 가진 제작자가 IPTV, VOD서비스, DVD 등에 창작물을 재판매해 얻을 수 있는 권리다. 최근에는 극장 개봉 시기와 큰 차이를 두지 않고 영화를 집에서 감상하는 IPTV는 부가판권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부가판권 시장 가운데 IPTV와 VOD를 포함한 온라인 영화 시장 매출 규모는 12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0.4%포인트가 증가한 액수다. 이 가운데 2013년 기준 IPTV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약 50%나 올랐다. 극장 관객 2억 시대를 맞은 것만큼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게 뛰어 오르고 있다는 증거다.
이 같은 분위기는 2년여 전부터 시작해 최근 더욱 활기를 띤다. 2012년 10월 개봉한 곽현화, 하나경 주연의 영화 <전망 좋은 집>은 극장 개봉 당시 15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일주일 만에 극장 상영 역시 중단됐다. 하지만 부가판권 시장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제작사에 따르면 VOD 서비스로 이 영화가 거둔 수익은 약 10억 원에 이른다. 극장에서는 소위 ‘망한’ 영화이지만 부가판권 시장에서는 ‘흥행작’인 셈이다.
극장 상영처럼 일회성 수익에서 끝나지 않고 장기간 재판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을 북돋는 원인이다. 더욱이 ‘야한 영화는 집에서 혼자 본다’는 속설처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일수록 제작비 대비 부가판권 수입이 높다. 최근 특별한 이야기 없이 배우들의 노출 연기로만 채운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망 좋은 집>의 성공 이후 부가판권을 겨냥한 제작은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해 나온 <맛있는 섹스> 시리즈나 마광수 작가의 시집을 영화로 옮긴 <가자! 장미여관으로>, 그리고 배우들의 파격적인 베드신이 담긴 <닥터>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계에서는 앞으로 부가판권 시장을 겨냥한 영화들의 등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극장 개봉’ 타이틀을 위해 짧게 개봉하고 간판을 내린 뒤 곧장 부가판권 판매를 시작하는 이른바 ‘B급 영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워킹걸>처럼 짜임새 있는 기획과 획기적인 캐스팅으로 미리 시장을 선점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극장을 찾는 관객도 늘지만 최신 영화를 집에서 보려는 안방관객들도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두 개의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영리한 기획이 있다면 꼭 극장 수익에만 기대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