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뿐만 아니라 철물 제작도 전통방식에 따라 관련 장인까지 선정했지만 실제로는 철물을 제작하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즉 숭례문 복구현장에 설치된 대장간에서 철을 제조하던 모습은 ‘쇼’로 그쳤다는 것. 결국 기존 전통 철물을 재활용하거나 현대 철물을 사용해야만 했다고 전해진다.
숭례문의 현판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있다. 한국전쟁 이후 변형된 것이 밝혀져 숭례문 복구단이 “원형을 복원하자”고 주장했으나 당시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잘못된 것도 역사의 실체”라며 반대해 원형 복원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최 국장은 화재 전 현판 글씨는 잘못 수리된 결과라는 입장을 책에서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복원 과정에서 윗선의 입김에 대한 내용이 책에 제시되기도 했다. 공사 편의를 위해 숭례문 복구 현장을 덮는 가설 덧집 디자인에 대해서다. G20 정상회의를 열흘 앞두고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단’에서 덧집 디자인을 요청해왔다고 한다. 각국 정상들이 지나갈 서울 한복판에 공사판이 벌어져 보기 싫으니 환경미화를 해달라는 것. 결국 닷새 만에 덧집 설치를 급조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준공행사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했으면 좋겠다는 윗선의 주문 등도 언급됐다.
이밖에 소나무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이 166명이었지만 실제 기증자는 10명에 지나지 않았다는 내용, 기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문화재 기능인 사이에서 지분 다툼이 일었던 점 등에 대한 내용 등도 자세히 나와 있어 책 내용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한편 최 전 문화재청 문화재국장은 책이 나온 지 3일 만인 6일에 직위해제 되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를 두고 숭례문 복구 과정에서의 민감한 내용을 발설한 대가가 아니냐는 분석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내부에서도 책을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 국장은 문제될 게 없는 반응 이었다”고 전했다. 숭례문 복구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최 전 국장의 처신이 적절치 못했다는 것. 최 전 국장은 현재 이러한 파장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최 전 국장이 현재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상황이다.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