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스코이호 | ||
돈스코이호는 지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5천8백톤)을 말한다. 이 돈스코이호에는 수조 원에 달하는 ‘보물’(금괴)이 탑재돼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 동아건설의 발표는 여러가지 면에서 강한 의구심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침몰선이 돈스코이호라는 것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언론에 공개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탐사 작업 비용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또 한편에선 “동아건설이 M&A(기업의 인수·합병)를 유도해 최원석 회장의 경영복귀를 막기 위한 의도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돈스코이호 여부 논란은 동아건설과 해양연구원이 “(이번에 발견된 침몰선이) 돈스코이호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발표한 것에서 촉발됐다.
‘수십조 원의 가치가 있는 보물이 탑재돼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보물이 실려있는지 여부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한 발을 빼고 있다.
오히려 “만약 이번에 발견된 침몰선이 돈스코이호로 밝혀지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보물이 아니겠는가”라며 애써 기대 부풀리기에 주력하는 인상마저 남겼다.
▲ 돈스코이호 탐사팀이 소형잠수정을 바다에 내리고 있다. | ||
침몰선체 측면에 위치한 1백52㎜ 함포와 총알 자국이 있는 단검, 47㎜ 속사포 지지대 등의 사진이 그것.
하지만 이런 사진만 보고서 섣불리 돈스코이호라 단정지을 수 없는 상태다. 침몰선이 돈스코이호가 아닌 또 다른 군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탐사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들도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동아건설 한 관계자는 “역사적인 고증이나 주민들의 증언 등을 근거로 돈스코이호를 탐사했지만, 전사(戰史) 자료와 주민들 증언이 제각각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불확실한 전사 자료와 지역 주민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을 토대로 탐사에 나섰다는 얘기다.
‘보물이 탑재돼 있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당시 러시아 발틱 함대 사령관이 일본군에 포로로 잡혔을 때 ‘돈스코이호에 금괴가 실려 있다’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이런 경로를 통해서 오늘날 울릉도 주민들 사이에서 보물선이 침몰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물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선 근거 자료가 없기 때문에 직접 침몰선 내부로 들어가 봐야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침몰선을 발견한 관계자들조차도 현재 이것이 돈스코이호라는 단정은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거의 확실하다”고 추정할 뿐이다.
탐사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진짜 돈스코이호인지 아닌지를 밝힐 수 있다는 게 동아건설측 설명. 그리고 내년 말에나 침몰선 내부에 무엇이 탑재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돈스코이호 진위 여부와 보물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분간 계속 실체없는 소문과 기대치만 떠돌 가능성이 높다.
▲ 침몰선 측면 함포를 촬영한 사진. | ||
한때 돈스코이호 탐사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울릉도 앞 바다에는 크고 작은 어선과 군함 등이 많이 침몰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발견된 침몰선을 놓고 돈스코이호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돈스코이호 탐사 비용이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파산 절차가 진행중인 동아건설은 채권단과 법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이번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처지. 따라서 채권단과 법원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돈스코이호인지 최종 확인도 안된 상태에서 침몰선 발견 사실을 서둘러 공개했다는 것.
동아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채권단과 법원 등이 올해 사업 및 소요자금 계획안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6월말까지 채권단에 올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 하나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동아건설이 M&A를 노리고 이번에 서둘러 공개했다”는 주장이 그것. 동아건설 주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돈스코이호 추정 침몰선 발표는 동아건설이 M&A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경영 복귀를 추진중인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의 ‘입성’을 봉쇄하기 위해 M&A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현재 리비아 대수로 공사(2백65억달러) 및 중국 남수북조 공사(1백20억달러) 수주와 한일 해저터널공사(2백50억달러) 추진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최 회장이 추진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라도 성사되면 경영 복귀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파산관재인이 운영하는 동아건설측이 최 회장의 복귀를 막기 위해 M&A를 추진하고자 하는 방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침몰선을 발견했다고 해서 M&A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견해이다.